오픈 스튜디오 유치 무산…소극적 행정 부산시 ‘뭇매’
1920~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 배경의 오픈 스튜디오 부산 건립이 물거품이 됐다.
20일 부산시와 영화영상업계에 따르면 대형 드라마 제작사 A사가 부지 무상 제공을 전제로 부산시에 오픈 스튜디오 건립 유치를 제안(부산일보 6월 7일 자 1·3면 등 보도)한 조건과 부산시의 상황이 맞지 않아 부산 내 오픈 스튜디오 건립이 물 건너갔다. 영화영상업계는 부산시의 소극적 행정이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장군 “부지 제공 힘들다”에
시, 대체부지 고민 없이 “불가”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촬영소가 들어설 부지 인근의 기장군 소유 땅이 최우선 후보지였는데, 기장군이 부산촬영소 착공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기장 내 오픈 스튜디오 건립이 어려워졌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대체 부지에 대한 고민 없이 지나치게 기장군 부지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부산 영화영상업계 관계자는 “기장군이 오픈 스튜디오 유치를 안 하겠다고 하니 부산시가 대체 부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예산상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한 것 같아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수도권인 경기도 파주(CJ 콘텐츠월드)를 비롯해 하남(VA 스튜디오)에 이미 들어섰거나 3년 안에 건립될 스튜디오만 최소 20동 이상인 만큼 불리한 입지의 부산이 안일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A사는 50억 원을 투자해 경성 배경 오픈 스튜디오를 짓는 대신, 부산을 비롯해 충남과 강원도에 부지 무상 제공을 조건으로 추가 투자나 지원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이후 작품 촬영 후 세트장을 철거하기보다 지자체가 이를 오픈 스튜디오 겸 테마파크로 운영하며 반영구적인 시설로 운영하는 안을 제안했다. 경남 합천군이 운영하는 합천 영상테마파크,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충남 논산 선샤인랜드가 모델이다.
또 한창 오픈 스튜디오 유치가 급물살을 타던 시점에 부산시가 담당 국장과 과장을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을 내면서 애초부터 여론에 떠밀렸을 뿐 오픈 스튜디오 유치에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검토 결과 오픈 스튜디오가 처음에는 관광지로 활용되다가 갈수록 운영비가 많이 든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대신 부울경 메가시티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부산과 가까운 울산, 경남 지역에 오픈 스튜디오를 함께 유치하는 안 정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인들도 아쉬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익 감독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나 미디어 콘텐츠 생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세트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영화인 입장에서 볼 때 부산에 오픈 스튜디오가 생기면 몰아서 촬영하면 되니 경쟁력이 있었는데 부산이 찬스를 놓쳤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의 윤재호 감독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촬영장이 많으면 좋은데 부산이 영화인들을 끌어들일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