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840조 빚더미…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1인당 대출액 3억 3868만 원
부채 연착륙 방안 마련 시급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부채 수준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기약 없는 생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 8000억 원으로 1년 전인 작년 3월 말(700조 원)보다 18.8%(131조 8000억 원) 불어났다. 올 4∼6월 은행권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9조 3000억 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6월 기준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40조 원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 발발 이전 1년간은 10% 증가했으나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한 작년 3월 이후 1년간 20%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기업 부채가 7%, 중소기업 부채는 12.8%, 가계부채가 9.5%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는 단연 압도적이다. 3월 말 현재 금융권에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가 245만 6000명으로 1인당 대출액은 3억 3868만 원에 달한다. 작년 3월을 기준으로 이전 1년간 신규 대출자는 38만 명이었으나 이후 1년간 신규 대출자는 71만 7000명으로 33만 7000명 증가했다. 2016~2019년 4년간 자영업 신규 차주는 연평균 30만∼40만 명 정도였으나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빚이 있는 자영업자를 소득 5분위로 구분했을 때 1분위(하위 20%)와 2분위(하위 40%)의 대출 증가율은 각각 26%와 22.8%로 3분위(17.7%), 4분위(11.6%)를 크게 상회했다. 5분위 대출 증가율은 19.7%였으나 이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 상환 능력에서 1분위와 비교할 수 없다.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매출 감소가 불 보듯 뻔해 자영업자들의 부채 의존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따라서 과도한 부채의 연착륙 방안 마련도 급해졌다.
이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지난 1년 6개월 새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생존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자 수 기준으로는 약 11%인 27만 명, 금액 기준으로는 9.2%인 약 7조 6000억 원을 상환에 문제가 있는 ‘취약 대출’로 분류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