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일 부산 혜광고 국어 교사 "보수동 책방골목 살려야죠"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성일 혜광고 교사. 김성일 혜광고 교사.

“생각보다 많은 분이 보수동 책방골목의 위기를 공감해주고 있습니다. 다시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혜광고등학교 김성일(35) 국어 교사는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이하 책방골목)의 ‘비공식 홍보대사’다. 책방골목을 살리기 위해 학생들과 시집 전시회를 열었고 단편영화와 노래까지 만들었다.

김 교사는 부산 서구 대신동 토박이다. 초등·중학교를 보수동 옆 동네인 대신동에서 졸업했고, 책방골목 인근에 있는 혜광고를 다녔다.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책방골목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1950년대 형성된 책방골목은 한때 헌책방이 70여 곳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IMF 이후 연이은 쇠퇴를 겪으며 현재 31곳이 운영 중이다.

지난해 동주여고 교사로 근무 당시, 김 교사는 책방골목을 살리기 위해 학내 동아리 ‘예그리나’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책방골목을 모르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책방골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전국의 유일한 책방골목을 살려야 한다고 의기투합했다. 먼저 동아리 소속 학생 8명과 함께 SNS 스타일의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직접 지은 시 200여 편으로 시집을 만들었다. 시집 전시회도 책방골목에서 열었다. 헌책의 소중함을 주제로 학생들과 6분짜리 단편영화도 만들었다. 취지에 공감한 배우와 촬영감독도 모두 재능기부를 해주었다.

김 교사는 올해 혜광고로 옮겼다. 책방골목 살리기 기획은 한층 확장됐다. 혜광고 고3 학생 147명이 참여한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독서논술 교과 수업에서 책방골목 살리기를 주제로 수업하고 있다. 취지에 공감한 미술 교사와 함께 미술 수업까지 확대했다. 미술수업에서 만든 책방골목 관련 굿즈 전시회도 22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중구 40계단 문화관에서 열린다.



김성일 혜광고 교사. 김성일 혜광고 교사.

책방골목 주제로 노래도 만들었다. 학생이 직접 작사·작곡한 ‘보수동, 그 거리’라는 랩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을 주제로 한 최초의 대중가요다. 학생들이 직접 출연하는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이러한 김 교사의 노력 덕분에 ‘한국 알리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도움을 자처하고 나섰다. 서 교수와 함께 피란수도 부산을 주제로 책방골목 다큐멘터리를 찍을 예정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독서멘토링, 진로 독서 상담 등을 포함해 보수동 책방골목을 살리는 ‘함께 읽길’ 프로젝트를 중구청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시내버스 40번과 81번이 지나가는 ‘보수동책방골목’ 정거장을 문학 정거장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학생들이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등 부산시 지원으로 전국 최초의 문학 정거장을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보수동 책방골목은 위기다. 인터넷 서점 등에 밀려 점포는 골목을 떠나고 있고, 입구 쪽 가게 8곳은 재개발 부지에 편입됐다. 현재 한창 공사 중으로 향후 18층 규모의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 교사는 “어릴 적 뛰어놀던 보수동 책방골목을 살리고자 학생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고 보람을 느껴 여기까지 왔다”면서 “전국 유일의 책방골목을 살리기 위해 더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