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섹스' 조롱거리 된 골판지 침대, 3명이 방방 뛰어도 '멀쩡'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골판지 침대 내구성을 확인한 호주 하키 선수들. NSW 프라이드 트위터 캡처. 골판지 침대 내구성을 확인한 호주 하키 선수들. NSW 프라이드 트위터 캡처.

23일 개막을 앞둔 도쿄올림픽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뜻밖에도 선수촌에 배치된 '골판지 침대'였다.

이 침대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환경을 고려해 재활용이 가능한 골판지를 이용해 제작했다. 조직위 측은 폭 90㎝, 길이 210㎝ 규모의 이 골판지 침대가 약 2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컨디션 조절이 생명인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골판지 침대'를 두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육상 국가대표인 폴 첼리모는 자신의 트위터에 "누군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본다면 박스가 젖어서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라며 "결승전을 앞둔 밤이면 최악이 될 수도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내 침대가 무너지는 상황을 대비해 바닥에서 자는 연습을 해야겠다"며 "바닥 취침은 처음인데 바닥에서 자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올림픽 대표팀이 사용하는 숙소에서는 대회 개막도 전에 침대의 프레임이 구겨졌다. 21일 뉴질랜드 대표팀 공식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조정 선수인 숀 커크햄이 침대 모서리에 털썩 앉자 골판지로 된 프레임이 찌그러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구겨진 골판지 침대. 뉴질랜드 대표팀 인스타그램 캡처 구겨진 골판지 침대. 뉴질랜드 대표팀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붕괴 우려로 선수들의 성관계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 침대에 '안티-섹스(anti-sex·성관계 방지)' 침대라는 조롱성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심지어 해당 침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제작됐다는 루머까지 퍼졌다.

반면 골판지 침대가 안전하다고 직접 증명해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호주 여자하키 국가대표 레이철 린치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포함해 5명의 대표팀 선수가 한 침대에 앉아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호주 하키 클럽인 NSW 프라이드는 SNS에 이 사진과 함께 선수들이 침대 위에서 점프하는 사진을 올리며 "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를 테스트했다"고 전했다.

또 아일랜드 체조 선수 리스 맥클레너건 역시 지난 19일 골판지 침대가 성관계 방지용 침대라는 건 "가짜 뉴스"라고 비판하며 침대 위에서 점프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렇듯 각국 선수들을 중심으로 침대 내구성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해당 침대의 제조업체는 직접 해명에 나섰다.

21일 일본 닛칸스포츠는 도쿄 올림픽의 공식 파트너사 '에어위브'(Airweave)의 다카오카 혼슈 회장(61)을 인터뷰했다.

혼슈 회장은 "우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위력에 깜짝 놀랐다"며 "골판지 침대가 그런 행위(성관계)를 막기 위해 제작됐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침대 위에서 점프하는 모습을 공개한 맥클레너건을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혼슈 회장은 "목재나 강철 등을 포함해 실험해봤을 때 가장 충격에 강했던 게 골판지였다"며 "200㎏까지 견딜 수 있었다. 맥클레너건 선수보다 더 무거운 사람이 실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래봤자 골판지'라는 인식은 있지만 이해가 깊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