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세게 넘는' MBC…올림픽 중계에 체르노빌·폭동 사진을 왜?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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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 방송 마치며 부적절한 사진·자막 사용에 대해 사과
누리꾼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중계 당시 화면도 재소환

MBC 방송 화면 캡처 MBC 방송 화면 캡처

MBC(문화방송)가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에서 부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논란으로 시청자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23일 오후 7시 30분부터 진행된 MBC의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 방송에서는 선수단 입장 순서가 되자, 각 나라를 소개하는 자료사진과 설명을 화면 왼쪽에 그래픽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는 순간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의 참사 사진이 등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연방(소련)으로부터 독립하기 이전에 발생한 이 사고는 현재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꼽힌다.


MBC는 이후 엘살바도르 선수단 입장 때는 비트코인 사진을 띄우는가 하면, 아이티 선수단 입장 때는 시위에 나선 아이티 국민들의 사진을 등장시켰다. 팔레스타인 선수단 입장 장면에서는 이스라엘과 분쟁을 뜻한 '분리 장벽' 사진이 나왔다.


MBC 방송 화면 캡처 MBC 방송 화면 캡처

이는 각 나라의 최근 시사적인 이슈를 다루기 위한 목적이라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탈리아 선수단 때는 피자가, 노르웨이 선수단 때는 연어가 자료화면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방송을 시청한 많은 누리꾼들이 '외교적 결례'라면서 '다른 나라 방송에서 한국을 소개할 때 6·25한국전쟁,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참사 등의 사진을 사용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취지의 의견을 여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놓고 있다.


결국 MBC 측에서는 개막식 방송을 마치면서 "오늘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고, 일부 국가 소개에서도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사용됐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당시 MBC 중계화면. 출처는 온라인 커뮤니티. 2008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당시 MBC 중계화면. 출처는 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누리꾼들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당시의 MBC 중계방송 화면을 찾아내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MBC는 아프리카, 남미, 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낯선 국가들의 선수단이 입장하자 부정적인 이슈나 특이한 사건으로 자막으로 소개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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