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서 본 기억 없다” 조민 고교 친구 재판서 증언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고교 시절 친구들이 2009년 '서울대 학술대회'에서 조 씨를 본 기억이 없다고 법정에서 증인 신분으로 증언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증인의 기억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보고 추론해낸 것"이라고 반박하며 딸 조 씨가 학술대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조 전 장관 부부 입시비리 혐의 등에 대한 14차 공판을 열고 조 씨의 친구인 박 모 씨와 장 모 씨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2009년 5월 개최된 서울대 학술대회였다. 조 전 장관 측은 앞서 딸 조 씨가 이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등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조 씨가 이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인턴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맞서왔다.

이날 박 씨는 법정에서 “세미나 당일 조민을 본 사실이 없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장 씨도 조 씨를 세미나에서 본 적이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저는 없다”고 답했다. 조 씨가 학술대회 준비를 위해 고교 친구들과 스터디를 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런 것(스터디)이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법정에 오른 박 씨는 아버지가 조 전 장관과 서울대 법학과 동기로 집안 사이 친분이 깊으며, 장 씨는 조민 씨를 단국대 논문 제1 저자로 올려준 장영표 교수의 아들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정 교수의 1심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했으며, 당시에도 조 씨가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다만 두 사람은 이날 변호인의 반대 신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조 씨를 못 봤다는 것은 기억이 아닌 추론'이라는 변호인의 지적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박 씨는 변호인 측이 제시한 서울대 학술대회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해 “동영상 속 여학생은 조민이 맞다”고 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박 씨의 증언이) 처음부터 기억하고 있던 사실, 수사 과정에서 자료를 보며 새로이 기억해낸 사실, 추측한 사실이 혼재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박 씨에게 “세미나장에서 조민 씨를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은 조민 씨가 있었다면 친하니, 아는 시늉을 텐데 안 했으므로 없던 것 아니냐는 논리적 추론 아니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박 씨는 “10년이 더 된 일이라 세 가지 정도 장면 외에 크게 기억나는 점이 없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 부부가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증인은 나를 선생님이라 불렀다. 세미나가 끝난 뒤 증인이 ‘선생님, 밥 좀 사주세요’라고 말해 방배동에서 저녁을 사줬는데 기억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씨는 “저녁을 먹은 경우가 몇 번 있어서 그 시점이 세미나 당일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정 교수는 “그날 우리 집에 와서 인권 관련 책도 빌려 갔다. 한 번만 더 기억해 달라”고 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2009년 5월 '동북아시아 사형제도'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세미나에 조 씨가 참석했는지는 입시비리 사건의 쟁점 중 하나다. 앞서 검찰은 조 씨가 세미나에도 참석하지 않고 인턴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허위 확인서'를 발급받았다고 보고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를 기소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세미나를 촬영한 동영상 속 여학생이 조 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정 교수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세미나 동영상 속 여학생이 조 씨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턴 확인서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