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택트 시대, 메타버스로 교육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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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일 전 한국해양대 총장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활동이 이루어지는 ‘가상세계’를 뜻하는 용어이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펜데믹이 초래한 공교육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지난해부터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 수업 대신 원격 수업이 도입됐으나,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곧바로 학력 저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원격 수업이 일반화된 교육 현장에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메타버스를 도입해 활용한다면 일반적인 원격수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습 참여를 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는 ‘제페토’를 살펴보면 메타버스를 교육 현장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제페토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로,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21년 현재 2억 명의 이용자 중 10대 이용자 비중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청소년들에게 인기다.

제페토는 이용자와 꼭 닮은 3차원 아바타를 만든 뒤 AR 기술로 실제 사진이나 가상 배경에 자연스럽게 합성해 가상 현실 세계를 만든다.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표정과 몸짓, 패션스타일을 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SNS 기능도 접목돼 있어 이용자끼리 여러 가상공간에서 문자·음성·이모티콘 등으로 교류할 수 있으며, 가상세계 안에서 이용자들이 모여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제페토 드라마라는 하나의 장르까지 탄생했다. 학생들이 대본을 쓰고 실제 아바타를 활용해 찍은 동영상을 드라마로 만들어 연출을 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제페토에 흥미를 보이는 수준을 넘어 흔쾌히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열광하는 청소년들을 볼 때 메타버스는 교육 현장에 성공적으로 접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격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현실에서 메타버스는 재미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집중력 있는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다.

실제로 대학의 입학식, 오리엔테이션, 축제 행사를 가상 캠퍼스 공간에서 개최했더니 학생들이 아바타로 친구들과 소통하고 퀴즈를 풀거나 공연 관람을 하는 등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학생 간의 연대감까지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또 중고생으로 구성된 청소년 정책자문단과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만나 소통 회의를 진행하였는데, 학생들은 딱딱한 회의 방식을 벗어나 더욱 흥미를 가지고 편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미 의료계는 메타버스 기술을 교육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로 수업부터 임상시험까지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코로나19로 교육현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가 실험실습인데,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사례는 많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수술 실습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 수술실에서 폐암 수술을 진행했다. 서울대 의대는 의대 커리큘럼에 메타버스를 적용한 임상 실습 교육을 도입했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듯이 메타버스를 소통의 장점을 살리되 흥미에 치중하기보다는 배움의 본질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 현장에 적용한다면, 코로나19가 아닌 제2, 제3의 감염‧재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최근 부산의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있어 정말 걱정이다. 더 답답한 것은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전면적인 대면 수업을 기약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메타버스를 부산교육 현장에 가능한 빨리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상황에서도 다양한 학습이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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