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호 공설 구덕운동장, 복합스포츠센터로 재탄생”
부산시가 지역 최초 공설 운동장이자 스포츠의 산실인 구덕운동장을 ‘복합스포츠센터’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 방식이나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인다. 민간투자를 통해 복합 개발을 추진했지만 결국 시비로 일부 시설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만드는 데 그친 2015년 선례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 시장 “시설 낡고 활용 떨어져
역사성 반영한 복합 개발 검토”
내년 타당성 조사 2026년 완공
개발 주체·공사 방식 제시 없어
2015년 선례 되풀이 우려도
박형준 부산시장은 27일 오전 10시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을 찾아 재개발 추진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이날 박 시장은 사하구와 영도구에 이어 ‘15분 도시 부산 비전 투어’를 위해 서구를 방문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구덕운동장을 재개발해 체육·문화·상업 등 다양한 복합 기능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시장은 “건립한 지 50년 가까이 된 구덕운동장은 부산 근대사의 상징이며 부산 체육의 산실이지만 그동안 시설이 낡고 활용도가 많이 떨어졌다”며 “부산 최초 공설 운동장이라는 역사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복합개발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덕운동장은 6만 6142㎡ 규모(주경기장 3만 499㎡, 생활체육시설 2만 8500㎡, 주차장 7143㎡)의 종합운동장이다. 1954년 7월 부산 최초 공설운동장으로 개장한 뒤 1973년 주경기장·야구장·실내체육관이 건립됐다. 1973년 제54회 전국체육대회, 2002년 제14회 아시아경기대회 등 굵직한 대회가 열리기도 하다. 하지만 동래구 사직야구장(1985년)과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2001년)이 생기고, 시설이 낡으면서 스포츠 시설로써 활용도가 떨어졌다. 유지보수 비용이 과도하게 들고, 안전 문제까지 제기돼 재개발 요구가 잇따랐다.
27일 부산시가 밝힌 재개발 계획안을 살펴보면 개발 주체와 방식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재개발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졌다는 뜻이다. 시는 내년에 재개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수립을 거쳐 2023년까지 개발계획과 사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4년에 착공, 2026년까지 공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운동장 규모를 고려하면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
개발 방향도 ‘부산 최초 공설운동장 역사성과 상징성 고려’ ‘다양한 복합 기능 도입’ ‘원도심 부활을 위한 지역재생’ 등으로 모호하다. 공공 주도나 민간투자 유치 여부 등 공사 방식은 물론, 구체적인 시설계획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시장이 직접 나서서 발표한 것 치고는 최소한의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각에서는 구덕운동장 복합시설 개발을 시도했다 실패한 과거 사례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시는 구덕운동장에 민간투자를 유치해 복합시설로 개발하려 했지만 수익성 부족으로 난항을 겪다가 결국 2015년 1월 기존 계획을 전면 보류됐다. 이후 시비 약 105억 원을 투입해 주경기장은 남기고 나머지 시설은 철거 후 공원화했다.
이 같은 지적에 부산시는 민간자본 유치를 전제로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을 자유롭게 반영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시 박태성 체육진흥과장은 “구덕운동장 재개발은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기부채납 등을 전제로 민간 영역의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라며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만족하는 자유로운 시각을 반영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