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밀면 “후루룩 시원하게 감기는 육수, 호로록 매콤하게 당기는 양념”
한우 사골 30시간 이상 곤 후, 한약재와 채소로 7시간 더 고아
물밀면 육수 산뜻하고 깔끔, 매운 정도 선택하는 비빔밀면 양념장 특색
밀면을 정말 좋아해 아예 식당을 차린 사람이 있다. 거기에 쏟은 정성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지금은 ‘밀면 맛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부산 부경대 후문 쪽에서 3년째 ‘대영면옥’을 운영하고 있는 이승연 대표. 그는 원래 서울에서 공공기관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가업을 물려받으라는 부친의 당부 때문에 5년 전 귀향한 그는 어렸을 때에는 몰랐던 밀면의 맛을 우연히 알게 돼 푹 빠져버렸다.
이 씨는 경남 사천의 유명한 밀면 식당에 가서 기술을 배웠다. 부산에서 맛으로 유명한 밀면 식당을 두루 돌아다니며 맛의 비결을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자신들이 만든 재료를 사가라고만 했다. 그는 결국 혼자서 밀면을 공부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달인’의 비법을 보면서 연습하기도 했다.
서울의 직장까지 그만두고 내려온 아들이 가업이 아니라 식당을 차린다고 하자 당황한 부모는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원하던 식당의 문을 열었다.
이 대표가 자랑하는 대영면옥 밀면의 맛은 육수에서 나온다. 한우 사골을 사흘 동안 세 차례에 걸쳐 30시간 이상 곤 이른바 설렁탕 국물이 육수의 기본이다. 여기에 계피, 감초, 대추 등 한약재와 무, 대파, 마늘 양파 등 채소 및 간장, 물을 넣어 7시간 더 고면 이른 바 ‘짬탕’이 된다. 손님이 밀면을 주문하면 ‘짬탕’에 물, 동치미 국물을 섞어 내놓는다. 이 대표는 “돼지뼈나 닭뼈를 넣어 고면 맛이 없다. 한우 사골 국물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육수를 뽑은 김에 처음에는 설렁탕도 팔았다. 국물 맛이 꽤 좋아 인기가 많았다. 그릇을 들고 와서 설렁탕을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설렁탕까지 팔다보니 너무 일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설렁탕 판매는 포기했다.
양념장도 맛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물밀면의 양념장은 갈아놓은 양파에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다. 비빔밀면의 양념장에는 배, 파인애플 등의 과일을 갈아 넣은 다음 고춧가루를 넣는다. 이 대표는 “배가 나오는 계절에 따라 앙념장 맛이 달라진다. 가을, 겨울에 나오는 배가 가장 맛있다. 여름배는 지난해 가을에 딴 것이라서 가장 맛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비빔밀면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매운 정도를 달리한다. 메뉴판을 보면 빨간 고추가 1개, 3개, 5개 적혀 있다. 빨간 고추가 많을수록 맵다. 생각 외로 매운 비빔밀면을 좋아하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대영밀면 식당 한가운데에는 뷔페가 차려져 있다. 돼지고기와 여러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뷔페다. 돈이 많지 않은 대학생들을 고려한 메뉴다. ‘뷔페’를 선택하면 각종 음식을 즐기면서 밀면까지 맛볼 수 있다.
비빔밀면은 상당히 고소하고 약간 달콤했다. 고소한 이유는 면에 뿌려진 참기름 덕분이었다. 고추 1개짜리를 고른 덕에 아주 맵지는 않고 적당히 매콤한 정도였다. 상큼하게 매운 느낌이 더위에 지친 입맛을 끌어올리기에 제격이었다. 면은 100% 밀가루에 치자가루를 섞어 뽑는다.
물밀면 육수는 깔끔하고 산뜻했다. 다른 가게의 밀면 육수를 먹어보면 인공조미료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영밀면의 육수는 그야말로 상큼하고 상쾌했다. 면도 적당히 쫄깃했다.
이 대표는 “우리 식당의 밀면은 양이 많다. 인근 대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언제라도 불이 켜져 있는 가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영밀면/물밀면·비빔밀면 6000원, 땡초비빔밀면 7000원, 회비빔빌면 7500원, 만두 4000원.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