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골라주는 ‘비밀 책 상자’로 폭염을 이겨볼까~
책을 읽고 싶은데, 막상 책방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려면 어려울 때가 있다. 누군가 내 마음을 알고 골라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도 저도 아니면, 누군가가 주제에 맞는 책을 몇 권 골라서 추천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실제 이런 고객의 심리를 활용해 대박 난 서점이 있다. 바로 일본 홋카이도 중서부 스나가와시의 작은 서점 ‘이와타’다. 이 서점은 고객의 이런 심리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바로 ‘일만선서(一萬選書)’ 서비스다. 일만선서란 말 그대로 1만 엔(약 10만 원)을 내면, 그 금액 내에서 고객의 독서 취향을 파악한 뒤, 서점 주인이 고객에게 가장 맞는 책을 골라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서비스가 일본 전역에서 ‘주문 쇄도’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부산중앙도서관, 9월 30일까지
‘서프라이즈! 북 박스’ 운영
트렌드 고려한 대출 서비스 눈길
호기심 자극, 여름 독서 안성맞춤
부산의 한 도서관이 이런 독서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출 서비스 ‘서프라이즈! 북 박스(BOOK BOX)’를 운영해 주목받고 있다.
부산중앙도서관은 이달 15일 시작해 9월 30일까지 다양한 이용자 취향과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적 트렌드를 고려한 대출 서비스 ‘서프라이즈! 북 박스’를 운영한다. ‘서프라이즈! 북 박스’는 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직접 고안한 대출 서비스로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가량 시범 운영한 후, 올해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서프라이즈! 북 박스’ 서비스는 도서관 방문 이용자를 위한 대출 서비스 ‘서프라이즈! 취향 저격 북 박스’와 청소년용 책을 상자에 담아 학교로 찾아가는 택배 대출 서비스 ‘학교로 가는 서프라이즈! 북 박스’ 이렇게 두 종류로 운영된다.
‘서프라이즈! 취향 저격 북 박스’는 주제별로 사서가 추천하는 책 상자를 말하는데 온 가족 박스(20권), 절친 박스(15권), 나홀로 박스(10권)로 구분해 다양한 연령, 취향, 독서력을 가진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요컨대 ‘나홀로 박스’의 경우 ‘방구석 세계여행’과 관련된 주제로 10권의 책이 박스에 담겨 있다. 부산중앙도서관 박주영 독서문화계장은 “그동안 분기별로 주제를 3개씩 추가해 왔다”면서 “현재 도서관에서는 이용률이 높은 주제별 10개의 북 박스(온 가족 2, 절친 3, 나홀로 5박스)를 운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대출은 30일간이며, 독서회원이라면 누구나 중앙도서관 3층 종합자료실에서 취향에 맞는 주제의 박스를 선택한 후 대출 신청을 하면 된다. ‘서프라이즈! 취향 저격 북 박스’는 특히 요즘 같은 여름휴가 기간 대출해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학교로 가는 서프라이즈! 북 박스’는 한 교실 한 책 박스(1종 20권), 주제별 박스(6종 30권), 독서락(樂) 박스(30종 30권)로 구분해 청소년 맞춤형 추천 도서를 이를 신청한 중학교(부산 서부·남부 교육지원청 내)로 배송(택배비는 도서관 부담)해 준다. 상자에 담기는 책은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학교 주제 우수도서, 아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 도서, 재미있는 웹툰 등이다. 특히 독서락(樂)박스는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웹툰도 포함돼 있다. ‘학교로 가는 서프라이즈! 북 박스’ 역시 대출은 30일간이다.
‘서프라이즈! 취향 저격 북 박스’나 ‘학교로 가는 서프라이즈! 북 박스’ 모두 관심 있는 주제 상자를 고른 후 대출하기 전까지 상자 속 추천 도서는 비밀이다. 이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떤 책들이 ‘북 박스’ 안에 들어있을지 궁금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북 박스’에 들어갈 책은 사서가 직접 고른다.
부산중앙도서관 임석규 관장은 “향후 다양한 참여 채널을 만들어 주제 선정 단계에서부터 이용자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서프라이즈! 북 박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