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갈지자 행정’에 거제 남부관광단지 ‘비틀비틀’
속보=경남 거제시가 관광객 1000만 시대 개막 마중물로 추진한 남부관광단지(부산일보 2020년 11월 9일 자 3면 등 보도)가 좌초 위기다. 환경부가 사업 대상지 중 개발이 불가능한 ‘생태 보호 구역’ 범위를 늘렸다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정상 추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환경부가 고무줄 잣대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태·자연도 고시 수정안’ 공고
1등급지 56만㎡ 해제 요청에
7만㎡, 12.8%만 2등급지로
규모 축소 불가피, 사업성 난망
여론 눈치 보며 4번이나 번복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거제남부관광단지’(남부면 탐포리 산 2-47 일대) 조성 대상지에 대한 ‘생태·자연도 수시 고시일부 수정·보완 열람’ 내용을 공고했다. 생태·자연도는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국토의 자연환경을 생태적 경관적 가치와 자연성을 토대로 등급화한 지도다. 1~3등급, 별도관리지역으로 구분하는데 1등급은 원형 보존, 2등급은 훼손 최소화, 3등급은 개발 가능 지역이다.
핵심은 1등급지 조정이다. 1등급은 식생보전등급이 높고 멸종위기야생생물 서식지가 있는 경우다. 관광단지 총 조성 면적은 369만 3875㎡(육지부 329만 5622㎡, 해면부 39만 8253㎡)다. 2019년 5월 경남도가 관광단지로 지정할 당시, 1등급지는 전체의 1.8%인 6만 2500㎡에 불과했다.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환경단체는 자체 조사를 토대로 1등급지 확대를 요구했다. 해당 구역이 20여 종에 달하는 멸종위기·보호종이 서식, 도래지이자 식생보전등급도 2등급 이상이라는 것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를 수용해 2019년 12월 공고에서 1등급지를 100만㎡ 이상으로 늘렸다.
거제시와 사업자는 곧장 이의를 제기했다. 2017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연·생태도를 토대로 사업 계획을 수립, 관광단지 지정을 받았는데, 1년도 안 돼 전체의 30%가량이 개발 제한으로 묶이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가 그해 7월 수정·보완 고시를 통해 1등급지를 6만여m²로 다시 축소하자 이번엔 환경단체가 발끈했다. 국립생태원이 재조사에 나섰고, 환경부는 작년 10월 고시에서 120만㎡로 또다시 늘렸다.
거제시는 이 중 56만㎡를 1등급지에서 해제해 달라며 재차 이의를 신청했고, 4번째 수정안이 나왔다. 그러나 2등급지로 조정된 면적은 신청 대상의 12.8%, 7만㎡에 그쳤다. 기대 이하의 결과에 시와 사업자는 난감해졌다. 사업자 측은 이미 계획 부지의 70% 이상을 확보하는 등 준비 작업에 수 백억 원을 투입한 상태다. 이대로는 전체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해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시는 마지막으로 조정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지만, 앞서 수차례 수정·보완을 거친 상태라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경남도 고시를 근거로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앙부처와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담인 데다, 승소를 장담할 수도 없다. 거제시 관계자는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검토 중이다. 일단 사업자와 협의해 대응 방향을 찾겠다”고 했다. 관광지 개발을 손꼽아 온 율포·탑포 주민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한 주민은 “이젠 실력행사를 통해 우리의 뜻을 관철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는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휴양·힐링·레저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육상 개발 면적만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로 경남에선 가장 크다. 부산에 본사를 둔 (주)경동건설이 4000억 원을 투자한다. 2021년 착공해 2028년까지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발하는데, 27홀 골프장과 익스트림스포츠 체험장, 워터파크, 해양레포츠 체험장 등 위락시설을 비롯해 콘도미니엄, 생태체험장, 종합 쇼핑몰, 호스텔, 연구원 등 휴양문화시설을 갖춘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