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천 MRO 전쟁… 부산 ‘저비용항공사 MRO’ 공수표 되나
인천과 사천이 ‘MRO(항공기 유지·수리·보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LCC(저비용항공사) MRO 유치 전략이 힘을 잃고 있다. 부산시가 지난해 LCC MRO 유치 전략을 밝힌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만 지켜볼 뿐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미 MRO 단지 유치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부산시가 또다시 ‘공수표’를 날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해 MRO 단지는 부산시가 2012년 ‘항공우주비전 2020’을 발표하며 본격 추진됐던 사업이다. 부산시는 당시 대한항공과 MRO 단지 주변 부지 매입을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신공항 건설 논란으로 김해공항 활주로 존치 여부가 문제로 제기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결국 좌초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부산, 대응 전략 마련 없이 ‘대기’
인천, 법 개정 등 여론몰이 나서
김해공항 인근에 항공클러스터
시, 2012년 이어 지난해 재추진
부산시가 MRO 유치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부산시는 김해공항 확장안이 백지화되고 가덕신공항 건설로 정책 방향이 전환되자 곧바로 MRO 유치 전략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시 박동석 신공항추진본부장은 “아시아나는 해외에서 정비를 받고 있고 에어부산도 마찬가지”라며 “(김해)대한항공 테크센터를 좀 더 확대를 해서 세계적인 MRO산업단지를 하면 일자리가 굉장히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가덕신공항이 건설되면 김해공항을 비워 둘 수 없기 때문에 인근 부지에 항공산업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MRO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올 4월 부산상의 정책협력 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 ‘통합 LCC’ 본사 유치에 대해 “통합 LCC 본사 유치는 가덕도 신공항을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하고 지역 항공산업과 MRO산업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해공항에는 71만㎡(21만 평) 규모의 대한항공 테크센터가 들어서 MRO 단지 유치에 유리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테크센터를 군용기에 특화된 MRO 기지로 활용하고 있지만 민항기 MRO와 부품 제작도 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MRO 유치는 통합 LCC 본사 유치 전략과 함께 ‘대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부산시 심재민 신공항추진본부장은 MRO 유치 경쟁과 관련, “대한항공 입장에선 아시아나와 기업결합이 되면 인천에 집중해서 MRO를 하려는 뜻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부산시에서)대응 전략을 마련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MRO 유치와 직결된 통합 LCC 본사 유치와 관련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만 지켜볼 뿐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부산시가 부산연구원에 발주한 LCC 본사 유치 관련 연구용역 결과 역시 당초 예상보다 더 늦어질 전망이다.
반면 인천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계기로 MRO 단지를 인천국제공항에 유치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항공기 엔진 정비를 수주하자 인천은 지역언론을 중심으로 MRO 단지 구축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여론몰이에 나선 상태다. 대한항공은 부천 엔진정비공장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아시아나항공의 엔진 일부를 정비하게 됐다. 대한항공이 기업결합 이전에 ‘돈이 되는’ 아시아나항공 MRO를 수주하며 ‘MRO 통합’에 나서자 인천에선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개정해 인천공항공사가 MRO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인천의 MRO 유치 전략이 힘을 받을수록 부산의 LCC MRO 유치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