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부산은 ‘초고령사회’… 국내 대도시 ‘1호’
다음 달 부산시가 전국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런 추세는 계속 빨라져 2030년이면 노인 인구가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노인들이 사회에서 분리되거나 소외되지 않는 ‘부산형 고령친화도시’ 조성 필요성이 커진다. 출생을 늘리고 청년 유출을 막을 대책도 함께 모색돼야 한다.
7월 말 65세 이상 전체 19.89%
대규모 전입 없는 한 9월 20% 넘어
10년 뒤 시민 3명 중 1명이 노인
고령친화도시 조성 ‘발등의 불’
청년 인구 유출 막을 특단 시급
12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6만 8806명으로 전체 인구의 19.89%를 차지했다. 청년의 대규모 전입 등 이례적 변수가 없는 한 부산은 다음 달인 9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03년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부산은 빠르게 늙어 가고 있다. 2015년 노인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가 됐고 6년 만에 20% 돌파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10년 뒤 쯤에는 부산시민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산업화의 중심지였던 부산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가 산업 역군으로 몰려들었다. 이렇게 부산에 터전을 잡은 이들이 노인의 범주에 차차 접어들면서 부산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을 중심으로 한 인구 유출도 많았다. 지난 10년간 21만 명이 부산에서 다른 지역으로 순유출됐다. 부산복지개발원 이재정 박사는 “대학을 다니기 어려웠고 문화 향유의 기회도 적었던 베이비붐 세대는 ‘내 자식은 무조건 서울로 보내겠다’는 신념을 많이 갖고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 비중이 높은 부산에서 청년 인구가 대거 유출된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초고령사회에 발맞추기 위해 6월 고령친화도시 조성 전담팀을 구성했다. 과제 발굴 보고회, 전문가 온라인 토론회 등을 차례로 진행하며 다양한 정책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12일에는 시니어 자문단 40여 명에게 직접 대응 방안을 묻는 회의를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정책 수립도 중요하지만, 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불편을 느끼지 않는 고령친화도시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시니어 자문단들도 보행로 상습주차로 인한 통행 불편, 커뮤니티 공간 부족, 키오스크 사용의 문제점 등 생활과 밀접한 이슈들을 거론했다.
이재정 박사는 “고령화는 세계적이고 거대한 물결이어서 거스를 수 없다”며 “노인들이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도시가 배려한다면 고독사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과 노인으로 정책을 구분하지 말고, 생애주기별로 시민 삶을 지지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