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폭물고기’ 강준치, 낙동강 이어 양산천에서도 “여긴 내 구역” 점령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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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천에서 잡힌 50cm 크기 강준치. 독자 제공 양산천에서 잡힌 50cm 크기 강준치. 독자 제공

민물 치어를 마구 잡아먹는 일명 ‘조폭 물고기’ 강준치가 경남 양산천을 점령해 수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특히 양산시는 2001년 이후 해마다 양산천 수생태계 회복을 위해 각종 치어 수십만 마리를 방류하고 있지만, 폭발적인 강준치 개체 증가로 인해 방류 효과가 반감돼 수매 확대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4일 양산시와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주민들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 동면 호포 낙동강 합류 지점에서 하북면까지 총연장 26km 규모 양산천 가운데 중류 지역인 상북면 모래불이나 교동 교리보, 동면 호포 등 5~6곳(포인트)에서 낚시를 즐긴다.

이곳에서는 외래종인 배스나 블루길을 비롯해 붕어, 강준치 등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가 잡히고 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붕어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배스나 블루길도 잘 잡히지 않은 대신 강준치 입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강준치는 잉어과 민물고기로 치어를 마구 잡아먹으며, 1m 이상 자라는 육식성 어류다.

민물 생태계 교란 주범

최근 양산천서 폭발적 증가

각종 치어 방류 효과 반감

22일 양산천 교리보에서 잡힌 강준치. 독자 제공 22일 양산천 교리보에서 잡힌 강준치. 독자 제공

실제로 지난 22일 베트남 출신 외국인 노동자 3명이 양산천 교리보에서 낚시로 40~60cm 크기 강준치 80여 마리를 잡은 뒤 요리하기 위해 손질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모래불 등 다른 양산천 지점에서도 낚시에 잡혀 올라오는 어류 상당수가 강준치일 정도로 이미 강준치가 양산천을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산시는 2001년부터 해마다 양산천의 수생태계 회복과 수자원 복원을 위해 은어, 잉어, 붕어, 쏘가리, 연어. 참게 등 수십만 마리 민물고기 치어를 방류해왔다. 최근 급증한 강준치가 이들 민물고기 치어를 먹이로 삼을 수밖에 없어 방류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높다.

신기동 쌍벽루아트센터 앞 양산천에서 낚시하는 주민들. 독자 제공 신기동 쌍벽루아트센터 앞 양산천에서 낚시하는 주민들. 독자 제공

시도 양산천에서 강준치를 퇴출시키기 위해 지난해(1000만 원)에 이어 올해(2000만 원) ㎏당 2000원을 지급하는 수매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예산 2000만 원이 상반기에 이미 소진되는 등 강준치 개체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는 내년에도 강준치 수매사업을 계속하기로 하고 올해보다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로 하는 등 양산천에 서식 중인 강준치 퇴출에 행정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017년 여름 낙동강에서 무더기로 잡힌 강준치. 부산일보DB 2017년 여름 낙동강에서 무더기로 잡힌 강준치. 부산일보DB

낙동강 사정은 더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2017년 낙동강 하구 어민들이 잡은 물고기 분포 조사 결과 강준치가 50%를 넘어섰고, 부산대 연구팀이 2017년부터 3년간 실시한 낙동강 하류 어종 조사 결과 20개 어종 7000여 마리 중 강준치가 87.7%를 차지하는 등 최상위 포식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낙동강에서 유입된 강준치가 양산천은 물론 지천에서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어민 요청으로 지난해부터 강준치 수매사업에 들어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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