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등록' 기준도 삭제…중기부, 노점상에 200억 원 준다
정부가 '노점상 1곳에 50만 원'을 지원하는 '노점상 소득안정지원자금' 지급 기준에서 사업자 등록 조건을 삭제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는 노점상에게 정부가 뚜렷한 조건 없이 세금으로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것으로, 여기에만 총 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중기부는 이달 9일부터 노점상 소득안정지원자금 기준에서 사업자 등록 조항을 삭제하고 노점상 지원자금 신청을 받고 있다. 중기부는 앞서 지난 4월 노점상에게 사실상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성격인 소득안정지원자금 지급 사업을 시작했다. 소득이 떨어진 노점상 1곳에 5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사업 초기만 해도 노점상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이 필수였다. 정부가 사업자 등록을 유도해 세금을 내지 않는 노점상들의 납세를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사업자 등록으로 인한 납세 의무 등에 부담을 토로하며 대부분의 노점상이 지급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4월부터 지난달까지 지원금을 신청한 노점상은 860여 곳으로, 정부가 파악한 전국 노점상 4만 7800곳의 1.7~1.8% 정도에 그쳤다. 실제 집행 금액또한 1억 8000만 원으로 노점상 소득안정지원자금으로 책정된 200억 원의 1%도 미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자 중기부는 지원금 지급 기준에서 '사업자 등록' 조건을 아예 삭제했다. 납세 의무가 주어지는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노점상에게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기관에 정식으로 신고하는 절차마저 없어지면서 지급 기준은 더욱 모호해졌다. 중기부 측은 도로점용료를 납부하거나 상인회에 소속된 노점상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내걸었다. 노점상이 특정 상인회 소속이 아니더라도 상인회장이 노점 운영을 인정하면 지원금이 지급되는 모호한 기준도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부산시에는 사업자 등록이 되지 않은 2110곳의 노점상이 있다. 이 수치마저도 단속 등을 통해 지자체가 간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이보다 더 많은 노점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세금 내면 바보'라는 볼멘소리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부산 서면에서 중식당을 운영 중인 백 모(45) 씨는 "사업자 등록 기준을 없애면서까지 정부가 노점상에 지원금을 퍼준다는 것은 세금을 내며 장사하는 수많은 국민에게 박탈감을 주는 행위"라며 "납세 의무를 피하는 사람에게 세금으로 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전형적인 불공정이 아니냐"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 기준을 없앴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불법 노점상'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지자체 행정관리 노점상 명단을 받는 등 관련 자료를 파악한 뒤 신청을 받아 절차에 맞게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