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단계서 한방치료 잘하면 치매 막을 수도
최근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안타까운 질병이 있다. 10년간 환자 수가 4배나 증가했고,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무서운 질병, 바로 치매다.
치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한 뇌손상으로 기억력을 포함한 여러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겨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포괄적인 용어다. 후천적인 외상, 질병, 노화 등 요인에 의해 정상적인 뇌기능이 손상되거나 파괴돼 지능·학습·언어능력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감정 조절·성격적 변화 같은 정신기능이 떨어지는 복합적인 증상을 말한다.
서동한의원 김지형 원장은 “내원하는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다른 병들은 다 괜찮은데 치매는 올까 두렵다고. 그만큼 치매는 누구나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질병이다.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가족 전체의 건강한 생활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여기고 있으며, 실제 그러하다”고 말했다.
치매 진행되기 전 인지능력 저하
조기진단·치료 받으면 회복 가능
주 2회 6개월간 한방치료 효과
한약·침구·약침치료 등 대표적
뇌 건강 유지하는 생활습관 필요
■치매 전 발현되는 경도인지장애
대체로 치매는 급격한 증상의 발현보다는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적으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늦출 수 있다. 치매를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초기 치매 증상에 대해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초기 치매 증상으로는 위치감각의 상실과 기억력 감퇴가 있다. 평소와 달리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어제 있었던 일이 생각나지 않는 상황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무기력함을 느끼고, 우울감이 드는 등 감정변화가 생길 경우 단순히 우울증이나 기분 탓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령층의 보행속도 감소는 인지기능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상시 보행속도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느려진다면 초기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치매로 진행되기 전 발현되는 경도인지장애는 인지능력은 저하됐으나 치매는 아니다.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치매와는 차이가 있는데 치매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높다. 일반 노인이 치매로 발전하는 비율이 1~2% 정도라면,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치매 발병률은 10~15%로 5배 이상 높다.
■간장·신장 기능 보강 치료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 손상을 줄이고, 뇌 건강을 유지하는 생활에 힘써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명상이나 휴식으로 뇌의 피로를 줄여주며, 금연, 금주, 가벼운 운동 등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특히 걷기·스트레칭 같은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스트레스와 우울·불안감을 감소시키고, 근력과 운동능력·수면의 질·기억 능력을 향상시켜 치매 예방과 관리에 많은 도움을 준다. 평소 고혈압, 당뇨 등 혈관성 질환을 가진 경우엔 더욱 유의해야 한다.
치매 예방과 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는 견과류, 녹색 채소, 등 푸른 생선, 카레의 원료인 강황 등이 있다. 이 음식들은 뇌 기능을 증진시키고, 뇌세포 노화 방지, 뇌 혈류 개선 등에 효과적이다.
김지형 원장은 “한의학에서 치매는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몸을 구성하는 기초 물질인 정(精)과 혈(血)이 적어지면 노화가 진행된다고 하는데, 정과 혈을 만들어내는 장부(臟腑)인 간장(肝臟)과 신장(腎臟) 기능을 보강하는 방법이 치매 치료의 기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가미귀비탕, 당귀작약산, 억간산, 계지복령환, 육미지황탕, 공진단 등 간신정혈(肝腎精血)을 도와주는 한약을 환자의 상태에 맞게 처방한다. 내관(內關), 신문(神門), 풍지(風池), 족삼리(足三里), 삼음교(三陰交)등 정신신경계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경혈(經穴)에 침구치료와 정제된 한약 액을 투입하는 약침치료를 병행하면 효력을 볼 수 있다.
■조기진단, 조기치료 중요
김지형 원장은 “치매는 증상이 시작되면 치매 이전의 정상상태로 되돌릴 수 없으나,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관리와 치료를 잘하면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면서 “이 단계에서의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한의학적 방법으로 최소 주 2회 6개월간 치료한 경우 치매로 진행되지 않고 정상으로 회복한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한 번 발병하면 정상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 질환인 치매는 그 진행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방향으로 치료한다. 다만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발견해 한방 치료를 한다면 정상 회복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김지형 원장은 “부산시한의사협회와 연계한 한의원에서는 뇌 특정 부위의 활성화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진단장비와 치매 선별·평가 검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증상을 판별해 조기치료를 시행한다”며 “어르신들이 치매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히 치료함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