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설계자, 희생자 가족 앞 재판 내내 웃음…2976명 살인혐의
9·11테러 발생 20주년을 나흘 앞둔 가운데, 사건 당시 2976명을 살인한 혐의를 받는 테러범들이 1년 반만에 다시 선 법정에서 웃음을 짓고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7일(미국 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언덕 꼭대기에 있는 '캠프 저스티스' 법정에는 9·11테러의 용의자들이 출석했다. 법정에 선 이들은 테러 설계자로 알려진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비롯해 왈리드 빈 아타시, 람지 빈 알시브, 무스타파 알 아우사위, 아마르 알 발루치 등 공모자로 지목된 4명까지 총 5명이다. 이번 공판 전 심리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된 지 18개월 만에 재개된 것으로 미국이 9·11 테러를 계기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올해 8월 공식적으로 끝낸 직후 처음 열렸다.
이날 심리에서는 참관석에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도 자리한 가운데, 테러범들의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폭스뉴스 등은 모하메드가 심리 내내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간 휴정 시간에 법정을 빠져나올 때는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였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재판장의 신원을 확인하는 질문에 "예"라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지 언론은 이들에 대한 재판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모하메드가 2003년 파키스탄에 있는 자택에서 붙잡힌 이후 2006년 관타나모 수용소에 옮겨진 지 15년이 지났지만, 정식 공판이 시작되지도 못한 채 40차례가 넘는 공판 전 심리만 9년째 이어가는 중이다.
한편, 모하메드는 9·11 테러를 포함해 대니얼 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참수 사건, 1993년 세계무역센터 테러,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폭발사건 등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2976명의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데,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2002∼2003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들을 체포한 뒤 심문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재판에 활용할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다. 피고인들은 고문에 의한 증거 사용 불허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금 상태라면 심리 절차에만 또 다른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