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주의 사진’ 거장 임응식이 담은 옛 부산
사진전 ‘부산에서 서울로’
‘생활주의 리얼리즘’ 사진작가 임응식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는 부산 출신 임 작가가 태어난 지 110주년이면서, 서거 20주년 되는 해이다. 한국 사진계의 선구자 임응식 작품전 ‘부산에서 서울로’는 부산시민회관 1층과 2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기간은 10월 24일까지이다. 임응식 사진전은 1973년 시민회관 개관기념 전시로 열린 바 있다.
10월 24일까지 부산시민회관
1946~1960년 찍은 200여 점
작품 속 현재 모습도 함께 전시
임 작가는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입학선물로 카메라를 받으며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1933년 일본인 중심으로 구성된 여광사진구락부에 가입하고, 1934년 일본 잡지 〈사진살롱〉에 출품한 ‘초자의 정물’로 입선·등단했다. 그는 일본 체신학교 졸업 후 강릉, 부산 체신국에서 근무하며 사진활동을 이어갔다. 1946년 부산에서 사진현상소 아르스를 운영하며 부산예술사진연구회 전신인 부산광화회를 결성했다.
임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종군사진기자로 참전했다. 1952년 서울에서 피난 온 대한사진예술연구회 회원들과 합동전을 열고 그해 말 한국사진작가협회를 창립한다. 그는 “피난지 부산에서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하였고, 훌륭한 식견을 가진 그들과 함께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과 발전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사진에 대한 안목을 넓혔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이후 임 작가는 ‘생활주의 리얼리즘’ 사진이념을 주장했다. 사회주의나 리얼리즘이 좌익이 쓰는 단어라는 당시 통념을 고려해 그는 우리 정서와 사진철학을 담아 ‘생활주의’라는 표현을 만들었다. 그렇게 그는 역사 속 생생한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부산에서 활동하던 1946년부터 서울에 정착한 1960년까지 사진 200여 점을 소개한다. 1947년 부산에서 한복을 입고 전차 앞을 지난 노인을 찍은 ‘전차와 노파’, 전쟁의 황량한 풍경을 포착한 ‘나목’, 1950년 광복동 거리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미진호텔 앞을 지나가는 꽃 파는 아가씨, 손수레 노점상의 모습과 서울 명동 거리에서 팻말을 목에 건 구직자를 찍은 사진 등이 전시된다.
임 작가는 국내 사진 교육 역사도 썼다. 1953년 서울대 미대에서 한국 최초로 사진 강좌를 진행하고 이화여대, 홍익대, 중앙대에서 사진을 가르쳤다. 임 작가에게 사진을 배웠던 동주대 박희진 교수는 “임응식 선생은 MoMA(뉴욕현대미술관)의 인간가족전을 유치해 국내 사진에 대한 인식을 바꿔 한국 사진계 발전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사진과 함께 임 작가 관련 아카이브도 선보인다. 작가가 소장했던 소품, 촬영 여행 기록 등 친필 원고가 전시된다. 빼곡하게 기록된 작가 수첩을 통해 임응식의 치열했던 작가 인생과 사진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임 작가의 작품 속 1950년대 부산 원도심 모습과 현재 원도심을 비교한 작품도 전시된다. 과거 부산을 현재 시선에서 재해석한 ‘다른 시대 같은 연령의 앵글’전은 경성대 사진과 교수와 학생들이 준비했다.
전시기간 동안 임응식 작가와 사진에 대한 강좌도 이어진다. 이번 전시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상지인문학아카데미에서 준비한 강좌에서는 9일 박희진 교수의 ‘임응식의 생활주의 사진(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출발)’ 강연과 24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의 ‘임응식 사진에 나타난 부산, 장소의 기억’이 진행됐다. 10월 6일 조갑상 경성대 명예교수의 ‘임응식 사진 속 전후 부산의 문학’, 13일 동아대 건축학부 김기수 교수의 ‘도시의 기억재생 장치, 기록사진’ 강연도 예정돼 있다. 강의는 무료로 진행되며 (재)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와 상지건축 블로그에서 사전예약 후 참석할 수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