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회 동안 지켜 온 ‘공정 영화상’의 품격 '부일영화상'
부일영화상 역사적인 30회
부일영화상이 역사적인 30회를 맞았다. 1958년 한국 최초로 출범한 영화상인 부일영화상은 TV시대에 접어들며 1973년 중단됐지만, 2008년 부활한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공정한 영화상으로 그 가치를 지켜 나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부일영화상은 한국에 있는 모든 영화상 중 가장 개성 있는 영화상”이라며 “다른 영화상에서 거들떠보지 않은 영화가 후보에 올라오고 수상까지 하며 뜻밖의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상이다”고 평했다.
1958년 한국 최초 출범 영화상
유현목·김진규 ‘5번’ 최다 수상
윤여정, 최초 트리플 크라운 기록
■숫자로 보는 부일영화상
30=부일영화상이 개최된 횟수. 1958~1973년 16회가 개최되는 동안 스타 감독과 배우가 부산을 찾았다.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과 조연상을 비롯해 각본상, 촬영상 등 영화 스태프에게 돌아가는 상까지 충실했다. 한국영화의 전설로 남은 유현목(총 5회 수상) 김수용(3회) 김기영(2회) 신상옥(1회) 이만희(1회)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첫 회부터 16회까지 그해 가장 뛰어난 외화에 외국어작품상을 줬다는 점이다. ‘콰이강의 다리’(1957년 제작·1963년 6회 수상) ‘쉘부르의 우산’(1964년 제작·1966년 9회 수상)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 제작·1970년 13회 수상) 등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외화가 수상했다. 부일영화상을 통해 당시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외화까지 알 수 있다.
5=최다 수상자가 부일영화상을 받은 횟수. 유현목 감독과 배우 김진규가 다섯 차례로 최다 수상 영광을 안았다.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 유현목 감독은 제1회 부일영화상에서 ‘잃어버린 청춘’(1957)으로 감독상 수상을 시작으로 2회 ‘인생차압’(1958), 6회 ‘아낌없이 주련다’(1962), 8회 ‘잉여인간’(1964), 15회 ‘분례기’(1971)까지 감독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부일영화상은 부활 이후 유현목 감독 업적을 기려 심사위원 특별상인 유현목영화예술상을 2009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배우 김진규는 3회 ‘비극은 없다’(1959) 4회 ‘박서방’(1960) 5회 ‘성춘향’(1961) 8회 ‘벙어리 삼룡’(1964) 12회 ‘카인의 후예’(1968)로 남우주연상을 받는 대기록을 세웠다. 부일영화상 부활 이후 5회 이상 수상한 감독이나 배우, 스태프는 없다.
3=배우 윤여정이 부일영화상 역사상 처음으로 ‘트리플 크라운’(신인상, 여우조연상, 여우주연상)을 기록. 올해 미국영화 ‘미나리’(2020)로 한국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부일영화상과 가장 인연이 깊다. 1972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로 15회 부일영화상에서 우수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로 19회 여우조연상,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2017)로 26회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 윤여정은 ‘죽여주는 여자’로 여우주연상 수상 직후 “부일영화상에서 신인상과 조연상을 탔는데 이번에 주연상까지 탔다”면서 “그러니 부일영화상과 같이 성장한 배우다”고 말했다. 다음 해 부일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에서는 “부일영화상은 내 영화 인생과 함께 가고 있다”고 밝혔다.
■부일영화상 역대 말, 말, 말
#1971년 14회 감독상 정진우(‘동춘’·1970)=“부일영화상만은 그 권위에 매혹됐다.” 여러 차례 타 영화상 감독상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수상을 거절해 왔던 정진우 감독이 부일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한 말.
#1973년 16회 남우조연상 배우 허장강(‘소장수’·1973)=“부일영화상 만큼 권위 있는 영화상도 드물다.” 올해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허준호 배우(‘모가디슈’·2021)가 수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준호 배우가 수상한다면 최초로 배우 부자(父子)가 수상하는 사례가 된다.
#2008년 17회 영화발전공로상 배우 강신성일=“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타 봤지만, 부일영화상에서 공로상을 받았다는 건 나를 진정한 영화인으로 인정해 준 것이라 의미가 깊다.”
#2011년 20회 유현목영화예술상 강우석 감독=“영화상은 안 받아 본 게 없는데 부일영화상은 더 영광스럽다.” “지난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재영도 그러던데 왠지 전문가들이 주는 상 같다.”
#2013년 22회 남우주연상 배우 류승룡(‘광해, 왕이 된 남자’·2012)=“부일영화상은 좌와 우, 상업영화냐 독립영화냐, 흥행했나 안 했나 등을 따지거나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동안 수상자들을 보며 난 왜 호명되지 않나 기다려 왔다.”
#2016년 25회 남우조연상 배우 김의성(‘부산행’·2016)=“특별히 상을 받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지만 만약 받게 된다면 정치적인 영향으로부터 가장 독립돼 있고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부일영화상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꿈이 이루어지게 돼서 정말 기쁘고 뜻깊게 생각한다.”
#2018년 27회 감독상 이창동 감독(‘버닝’·2018)=“역사와 권위가 있고 그야말로 축제의 장처럼 영화인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부일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더욱 뜻깊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