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눈’] 모두 “환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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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어느 일요일, 광안리 바닷가 모래사장은 놀라울 만큼 깨끗했다. 내가 챙겨간 쓰레기 봉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시민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임 “금뿌리”에서 다녀간 것이다.

시민들이 나서서 쓰레기를 줍는 모임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 단체 소속 전업 활동가들이 환경 운동을 전담하다시피 했지만, 환경 운동의 지형은 변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시민들의 봉기가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이 날 모임의 주최는 “금뿌리”였지만, 부산의 유명 환경 인플루언서들이 한 데 모였다. 각자 소속 단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일상 활동가로서 누리는 장점이다. 부산의 환경 인플루언서들을 만나보았다.


왕뿌리, “금뿌리” 리더 ( 인스타그램: @goldroot5 )

금뿌리는 작년 11월부터 결성된 시민들의 쓰레기 줍기 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줍깅을 정기 모임으로 진행하고 있다.

원래 나는 컴퓨터가 전공이라, 첫 직장은 IT 기업이었다. 앱 개발자로 잠시 일을 하다가, 후에는 인쇄소에서 알바를 했는데, 정직원이 되어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다시 개발자로 취업을 하려고 준비를 하던 차에, 국가 지원사업인 에너지 강사 과정을 수강한 일을 계기로 지금은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다.

원래 영리 기업에 다니다가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하려니 적응이 어려웠다. 나는 직장에 취업을 한 것인데 ‘활동’,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희생을 당연시하는 관성에 많이 힘들었다. ‘노동’과 ‘활동’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직도 적응중이다. 지금도 ‘운동’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금뿌리는 환경연합과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금뿌리”라는 이름에는 금정구의 ‘금’, 자원순환의 의미가 담긴 ‘쇠 금(金)’, 그리고 ‘풀뿌리’를 담았다. 내가 사는 금정구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부산 전역으로 확대되어 금뿌리의 ‘금’에서 ‘금정구’의 의미는 빠졌다. 쓰레기 줍기는 취미생활이다. 마실 삼아 골목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다. 그냥 일상의 일부다.



부산 지역 시민들의 쓰레기 줍기 모임 “금뿌리” 멤버들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 부산 지역 시민들의 쓰레기 줍기 모임 “금뿌리” 멤버들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

곽다희, 부산기후용사대 ( 인스타그램: gureum_2_ )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도덕 시간에 생물 멸종을 주제로 발표한 것이 환경 오염에 관심을 가지는 큰 계기가 되었다. 그 후 홀로 채식, 일회용품 줄이기 등의 실천을 해왔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환경공학과에 진학했지만 공부와 개인적 실천만으로는 성과가 크게 와닿지 않아 직접 활동가로 나서기 시작했다.

부산 비건(지향 포함) 모임인 “비모”에서 활동하면서 부산청년기후행동학교 “우리는 기후용사들” 프로그램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에 참가한 후, 뜻이 맞는 친구들과 “부산기후용사대”를 창립했다. 수도권 중심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확장하고 부산을 살고싶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데, 지구 환경은 위기에 처해 있다. 부산을 떠나지 않고 남아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이러한 다짐의 일환으로 재단법인 숲과 나눔의 프로젝트 지원사업인 풀씨6기에 지원해 시민들과 함께 서면 일대의 담배꽁초를 줍는 “줍깅용사대” 챌린지를 진행했다.

기후용사대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시민단체 (사)생명그물에서도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주민참여예산 시정협치형사업 <담배꽁초 없는 깨끗한 부산 환경만들기>에서 청년 활동가를 찾는다고 하여 냉큼 지원했다.

활동가가 되면서 느낀 것은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부산의 문제를 발굴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민참여조례’ 시스템을 이용해서 필요한 조례를 제안해야한다. 그리고 새로운 제도와 정책이 도입되었을 때 각자의 이익을 내세우며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양보하며 맞춰갔으면 좋겠다. 시민단체는 시민과 지자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유명세를 얻고 있는 쓰줍인 비키, 곽다희 기후용사는 “금뿌리” 멤버이기도 하다. 유명세를 얻고 있는 쓰줍인 비키, 곽다희 기후용사는 “금뿌리” 멤버이기도 하다.

쓰줍인 비키 ( 인스타그램: vikipark2720 )

반려견을 키운다. 이름은 ‘감자’다. 감자는 보이는 물건마다 무는 특성이 있는데 길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산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감자를 키우기 전에는 쓰레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처음에는 감자를 위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나는 러닝이 취미인데, 작년에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신조어인 ‘플로깅’을 하시는 분들의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다. 동네 지인 분이 본인도 쓰레기를 줍고 있다고 하시길래, 그러면 우리도 사람들을 모집해서 함께 해보자고 말이 나왔다. 그렇게 쓰줍인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각자 쓰레기 주운 것을 인스타에 인증하는 단순하고 원초적인 방식을 택했는데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였다. 벌써 2천명이나 모였다.

또한 쓰레기를 줍는 분들은 환경에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니 같이 스터디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여 온라인 스터디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일과 병행하다 보니 매주 화, 금요일 새벽 5시 30분이 스터디 시간이다. 저녁에도 스터디 하자는 요청이 있어서 금요일 저녁 8시에도 모이고 있다. 비건 스터디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화, 수, 목, 금요일 모두 스터디가 있다. 내가 몸이 하나라서 더 시간을 쏟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쓰레기 하나 줍는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사실 이것은 결국 ‘나’를 위한 행동이다.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오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한 일이다. ‘환경 보호’를 너무 거창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끼 정도 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고, 고민 끝에 새 물건을 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도 환경 보호 활동의 일환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출판된 “시민 저항 운동이 통하는 이유(WHY CIVIL RESISTANCE WORKS)”라는 책에 따르면, 다양한 역사적 시기와 지리적 상황을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적어도 전 인구의 3.5% 이상이 시민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성공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100명 중 3, 4명만 함께 해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가 모여서 연대를 이루고 서로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환경’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환경은 우리 일상이다. 환경하세요!

손세라 객원기자 serah.son@reloopplatform.org / 활동가, Reloop Plat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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