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오징어 게임’ 속 치매
문인수 대동병원 뇌혈관신경센터 과장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이뤄지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넷플릭스의 최대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극 중 주인공인 456번 참가자 성기훈(이정재 분)과 1번 참가자 오일남(오영수 분)의 구슬치기 대결 장면이다. 주인공의 심리가 극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되는 이 장면에서 목숨을 걸고 대결을 하는 상대가 치매에 걸린 노인이며, 치매로 인한 기억력 장애는 극적 상황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활용된다.
치매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기억력, 판단력, 언어, 사고력, 학습능력 등 주요 신경인지장애가 나타나 일상생활을 혼자하기 어려운 상태의 질환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국내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현재 75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는 흔히 ‘알츠하이머병’이라 알려진 노인성 치매와 중풍 등에 의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등으로 분류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억력 상실, 언어 사용 어려움, 판단력 감소, 익숙한 일 처리 어려움, 성격 변화, 급격한 감정 변화, 자발성 감소 등이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평소 알고 있던 전화번호, 사람 이름 등을 기억하지 못하고 물건을 찾지 못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치매를 진단하려면 상담, 혈액검사, 신경심리검사, 뇌 영상 검사 등을 시행한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호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신경계 손상이 진행되기 전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히 치료를 시작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치매를 일으키는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할 경우 예방할 수 있는 치매가 전체 치매의 30∼40%가량 된다고 한다.
따라서 조기에 적절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언어장애, 시간과 장소 혼동 등 증상이 있으면 치매를 의심할 수 있으며,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과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치매는 무엇보다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예방활동이 중요하다. 주 3회 이상 걷거나 신체능력에 맞는 운동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뇌세포 위축을 막고 활동을 촉진시켜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육류 등 고지방 음식은 피하고 생선, 채소, 견과류, 과일, 해조류 같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한다. 평소 책 읽고 글 쓰는 활동을 통해 뇌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것도 좋다.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체크하며 만 60세가 넘으면 조기검진을 실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