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후위기 시대의 의정활동 성적표
나영수 목사, 사단법인 나눔과 기쁨 이사장
추석 연휴 직후 주말(9월 25일 토요일), 코로나 확진자가 사상 처음 3,000명을 돌파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2 주간 사적 모임을 자제할 것으로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정반대의 시위 장면이 목격됐다.
부산시 해운구에 있는 한 백화점 앞. 20명 남짓 모인 주민들이 풍력반대 피케팅을 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지역구 시,구 의원들. 코로나 시국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자제를 유도해야 할 시,구의원들이 오히려 시위에 앞장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같은 날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은 매년 9월 마지막 금요일인 ‘기후 파업의 날’을 맞아 현재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 목표(NDC)’ 설정을 검토하는 정부에게 더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온라인 시위를 벌였다. 기후 파업의 날은 2018년 8월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매주 금요일 결석 시위를 진행했던 것이 시초로, 환경 운동가와 환경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등교나 출근을 거부하며 각국 정부에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다.
위의 상반된 두 장면은 지자체 의원들의 의정활동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척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자체는 민주화, 지방화, 분권화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동시에, 국제화 개방화 정보화라는 시대적 가치와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시,구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현안에 관련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지역 현안을 둘러볼 때도 전체적인 현황을 살펴보고 자신의 표밭으로 방향을 좁혀가는 게 바람직하다.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시각이 요구되는 것이다. 시,구의원들의 언행이 너무 지엽적이고 편협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화 시대의 흐름과 국가적 과제에 대한 고민은 고사하고, 지역 현안을 둘러싸고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며 여론에 편승하고, 주민간 갈등까지 조장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전 세계는 현재 '기후정치' 체제에 들어가 있다. 이에 대응한 국가적 정치체제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기후위기는 결국 국가적 파멸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8월 9일 '6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구가 생태적 파국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기온상승한계 1.5℃ 돌파 시한이 지난 2018년 나온 '1.5℃ 특별보고서'의 예측보다 10년 이상 빨라졌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에서 개회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논의기반이 될 예정이다.
특히 탄소감축 이행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배출권거래제(ETS)'의 강화와 '탄소국경세(CBAM; 유럽연합의 탄소배출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국가의 수출제품에 유럽연합 역내 생산제품과의 탄소비용 차액을 관세로 부과)'는 이번 COP26에서 신설돼 시행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유럽에 수출하는 국가들의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무료 할당받은 탄소배출권에 대해서 추가 관세를 물어야 하고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부분도 추가 관세를 물게 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도 깨닫지 못하고,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치열한 움직임과 흐름도 읽지 못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이라면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김진성 부산닷컴 기자 js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