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국클럽하우스 유숙 소장 "지역 사회 정신장애인 '사람살이' 계속 도울 것"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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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우영 기자 사진=이우영 기자

“실습생으로 인연을 맺었는데 어느덧 20여 년이 훌쩍 지났네요.”

지난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한 건물 2층. 정신장애인 재활시설 ‘송국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유숙(45) 소장이 20대 초반 시절을 회상하며 말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1996년 실습을 왔다가 지금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유 소장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병원에서 일하는 것보다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이 끌렸습니다. 1999년 용접 공장에서 조현병을 지닌 이들의 취업을 처음 허락한 순간을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1998년 송국클럽하우스 직원으로 돌아온 그는 정신장애인 사회 참여를 돕는 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유 소장은 부산 첫 정신장애인 재활시설인 이곳에서 업무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을 앓는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박카스를 들고 공장 등을 다니며 취업장을 늘리기도 했다. 현재 송국클럽하우스는 정신장애인 50명과 식사나 취미 등으로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취업 욕구가 생기면 3·6·9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곳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국제적인 인증을 받은 민간 시설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사회복지사는 스태프, 정신장애인은 회원 자격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소장을 맡은 그는 이듬해 송국클럽하우스가 아시아 3번째로 국제클럽하우스개발기구(ICCD) 인증을 받는 데 일조했다. 클럽하우스는 정신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활동하는 곳을 뜻한다. 송국클럽하우스는 직원 총 8명이 사회 복귀, 문화 여가 생활, 취업 연계 등을 돕는 중인데 당사자인 정신장애인 없이는 회의도 진행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한다. 그는 “마치 약만 처방하는 게 아니라 함께 회원의 삶을 디자인하고 인생 계획을 짜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회원들은 공공기관이나 병원 등 다양한 곳에 취업하고 있습니다. 영화제 상금을 기부하기도 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유 소장은 높은 취업률 유지뿐만 아니라 연계 일자리 질을 높이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장애인 회원들 뜻에 따라 다양한 활동도 시도하고 있다. 2018년에는 후원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회원 뜻에 따라 ‘051영화제’ 최우수작품상으로 받은 상금 280여만 원을 전액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회원들과 가족 등이 그림을 그려 <괜찮아요, 展(전)>이라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정신장애인 ‘사람살이’를 거들고 싶은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유 소장은 송국클럽하우스 회원인 정신장애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거나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기존 매뉴얼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는 “정신장애인 회원들에게 배려와 이해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직원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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