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운영 노량진수산시장의 ‘일본 사랑’
국내 최대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수협중앙회가 국비 1500억 원을 지원받아 신축한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이 수입 수산물 유통 창구로 전락했다. 특히 일부 활어는 유통량의 80% 이상이 일본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나서 서울에 일본어시장을 차려준 꼴이란 지적이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경남 통영‧고성)이 수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노량진수산시장 상장 현황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시장에서 취급한 수산물은 총 3만 3760t, 2010억 원 상당이다. 이 중 국내산은 2만 4000t, 1250억 원 상당, 수입산은 9700t, 7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위판 금액 기준으로 38%가 수입산이다.
국비 1500억 지원받아 짓고도
참돔 등 일본산 활어 유통 주력
검역절차도 완화돼 수입량 급증
정점식 의원 “국비 투입한 시설
수입품 판매처 전락 시정돼야”
냉동명태‧냉동고등어 등 냉동품은 74%(4900t, 170억 원), 활어와 왕게 등 고급 식재료는 46%(2700t, 460억 원), 홍합‧꼬막 등 패류는 28%(1750t, 115억 원)가 수입산으로 채워졌다. 활어 시장은 일본산이 점령했다. 국내 어류양식업계의 주력 품종인 참돔의 경우, 전체 유통량(632t, 77억 원) 중 81%(492t, 63억 원)가 일본에서 반입된 물량이다. 방어 역시 전체의 34%(153t, 20억 원)가 일본산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은 “일본산 참돔의 경우 경남, 전남 등에서 생산되는 국산보다 활력이 좋고, 빛깔이 선명해 상인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국산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일부 수입산이 경매를 통해 헐값으로 유통되면서 국산 활어 가격 동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노량진수산시장이 사실상 일본어시장 기능을 담당하며 내수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27년 경성수산 주식회사로 출발한 노량진수산시장은 국내산 수산물 판매촉진을 명분으로 국고보조금 1535억 원과 수협중앙회 예산 706억 원 등 총 2241억 원을 들여 현대화 시설로 신축, 지난해 개장했다. 정 의원은 “대부분의 국민은 노량진수산시장은 국산수산물을 유통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면서 “국산 유통 활성화를 위해 거액의 국비를 투입한 시설이 정작 수입산을 위한 공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산 공세에 설 자리를 잃은 지역 어류양식업계는 전전긍긍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횟감 소비가 급감한 상황에 허술한 검역 과정을 틈타 수입까지 급증하면서 판로까지 막혔다.
어류양식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까지 일본산 수입 어류 검역을 육안·해부 검사와 정밀검사 100% 비율로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해 이 비율을 절반으로 줄였고 4월부턴 4.5%로 낮췄다. 덕분에 최소 5일 안팎이 소요되던 통관 절차가 1~2일로 단축됐다. 당연히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일본산 참돔은 2017년 364건 2302t이던 게 지난해 680건, 3700t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이미 작년 전체 수입량을 넘어선 3750t을 기록 중이다. 방어 역시 748t에서 올해 1270t으로 2배가량 늘었다. 이처럼 일본산 활어를 덤핑 수준으로 들여오다 보니 단가 폭락으로 활어시장이 붕괴 직전이라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제값을 받지 못해 출하 시기를 놓친 물량은 오롯이 재고로 남는다.
이윤수 회장은 “방사능 오염수 배출로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정부가 오히려 검역을 완화했다”면서 “소비자들이 일본산을 꺼리자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빈번하다. 검역 강화와 주요 활어에 대한 조정관세 부과, 그리고 원산지 표시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