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그리운 노회찬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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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이 끝났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의혹을 밝히겠다고 별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양두구육(羊頭狗肉), 가짜 돈다발 사진, 김부선만 기억에 남는다. 국감장에 양의 가면을 쓴 개 인형을 가져오고, 거기서 김부선 인터뷰를 꼭 틀어야 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조직폭력배에게 거액을 받았다면서 가짜 돈다발 사진을 제시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X맨이 되고 말았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가운데 철 지난 신파 조폭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답답한 국감장을 지켜보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고 노회찬 의원이다. 2017년 10월 19일 감사원 국감장에서 생긴 일은 지금도 회자가 된다. 노 의원은 신문지를 들고나와 바닥에 깔고 직접 드러누웠다. 일반 재소자 1인당 가용면적이 1.06㎡(약 0.3평)로 신문 2장 반이 안 되는 면적이라는 사실을 실감 나게 보여 준 것이다. ‘신문지 눕감’이란 말과 ‘노회찬 신문지’가 당시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 도배가 되었다. 그 뒤 정의당 성북구위원회 당원 일동으로부터 받은 상 이름이 ‘신문지 두 장 반상’이었다고 한다. 이번 맹탕 국감으로 대장동 의혹은 그대로여서 국민들은 답답하다.

양복도 2벌밖에 없던 그가 미식가였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사람들이 제법 있겠다. 미식가의 진면모가 〈음식천국 노회찬〉에 나온다. “감사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한다. 점심식사인데 전복이 등장하고, 생선회와 산해진미가 차려졌다.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원 1인당 1만 원 미만으로 책정된 식대를 감사원장에게 전달한다. 형식적으로 보면 감사원 구내식당에서 법사위 돈을 내고 점심을 먹은 셈이다. 그러나 그 음식은 일반 서민들이 평생 한 번쯤 먹어 볼까 말까 한 고급 요리다. 식당 창문 밖 북악이 회색빛이다.” 그가 17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처음 치른 2004년 감사원 국감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한 글이다.

노 의원의 촌철살인이 그립다. 14일부터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노회찬6411’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세운 꿈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이 적어 아쉬웠던 마음은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6411서포터즈’ 명단을 보고 조금 해소가 되었다. 목표 인원이었던 6411명을 훌쩍 넘어선, 총 1만 2000여 명의 시민이 후원에 참여했다. 노회찬은 매일 국어사전을 읽었다고 한다. 간혹 술을 먹고 늦게 귀가하는 날에도 국어사전만은 꼭 읽고 잠들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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