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F] “한국 동해·남해, 해상풍력 기지 잠재력 높아”
[제15회 세계해양포럼] 마우로 기옌·아이너 옌센 토론
“지금 행동하라.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늦다.”
26일 열린 세계해양포럼의 기조 세션의 연사와 지정 토론자 3명의 발제를 관통하는 핵심을 김현겸 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장은 이렇게 요약했다. 김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는 현장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부산 어민, 해상풍력 극심한 반대
더 나은 일자리로 주민 동의 얻은
덴마크 극복 사례 벤치마킹을
신기술·아이디어가 미래 먹거리
한국, 디지털 틈새시장 공략 중요
기술 발전에 따른 불평등 문제
북유럽 사회안전망서 지혜 얻어야
먼저 아이너 옌센 주한 덴마크 대사에게 “부산의 경우 해상풍력에 대한 어민들의 반대가 심한데, 덴마크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옌센 대사는 “제가 태어난 지역만 해도 예전에는 어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3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어선이 대형화되면서 많은 어민들이 이미 일자리를 옮겨갔고, 해상풍력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사례도 많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앞서 전북 군산의 어민들과 덴마크 어민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이런 질문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며 “어업 대신 풍력 타워 관리와 같은 새로운 일자리, 더 나은 일자리를 얻었다는 사례가 현지 주민의 동의를 얻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동해와 남해가 좋은 해상풍력 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산항에서 중요한 기회가 될 북극항로 개설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마우로 기옌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영대학원장은 “부산은 상대적으로 위도가 높다는 점이 이점이다”며 “북서, 북동 항로와 가까워 다른 항만보다 입지가 좋은 편이고 컨테이너 환적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답했다.
상호 질문과 토론도 이어졌다. 기옌 원장은 옌센 대사에게 “북유럽은 침체해 가는 조선업 대신 신산업을 육성했는데, 세계가 참고할 만한 덴마크의 경쟁력이나 미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옌센 대사는 “한국도 앞으로는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 국가에 조선업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덴마크는 디지털 분야에 올인했는데, 최근 한국의 그린 뉴딜도 비슷한 정책이다”며 “디지털화가 갖는 많은 기회 중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옌센 대사는 북유럽의 높은 행복지수가 사회 안전망 구축에서 나온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핀란드가 행복지수 1위, 덴마크가 2위다”며 “연금과 실업급여 같은 사회적 안전망, 사회복지 제도가 잘 마련돼야 중산층이 두꺼워진다”고 덧붙였다.
김 기획위원장은 기옌 원장에게 “수평적인 사고를 통해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고령화, 기후변화, 도시화, 젠더 문제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인상 깊었다”며 “한국에도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변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지혜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기옌 원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 발전에 있어 불평등의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급격한 기술 변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향후 정치적인 소요와 같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북유럽의 사회 안전망 제도에서 배우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사회 발전을 유지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덴마크와 한국 정부의 에너지 분야 협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옌센 대사는 “한국에서 풍력 발전을 한다면 지리적으로 어디가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한 적이 있다”며 “덴마크 에너지연구소가 기존 항로 등을 피해 어디에 풍력발전소를 설계하면 좋을지 매핑을 해준 사례가 대표적이다”고 답했다.
그는 또 “덴마크 기업이 한국 기업의 터빈, 타워 등 부품 구매도 많이 하고 있다”며 “터빈형 타워의 세계 20% 이상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공급망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어 향후 이 분야에서 한국이 아시아 1위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