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생태계 복원’ 가능성 확인… ‘상시 개방’ 선언만 남았다
낙동강 하구의 과거·현재·미래
낙동강 하굿둑은 염분 피해를 막기 위해 1987년 준공됐다. 하지만 복잡한 생태계의 속성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 물길을 막는 단순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셈이다. 그 방식은 환경에 대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34년 만에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이 눈앞에 다가왔다. 수문이 열리고 강물과 바닷물이 다시 만나면, 기수 생태계는 점점 예전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하구 개방 이후에는 30년 넘게 사라졌던 재첩과 줄어든 철새를 기억하며, 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는 도시를 그려나가는 게 과제다.
염분 피해 막으려 1987년 준공
녹조류 번식 등 환경 문제 야기
2012년부터 하구 개방 요구 커져
상시 개방 모의실험 4차 진행 중
사실상 ‘문제없다’는 결과 나와
자연친화성은 도시경쟁력 지표
도시 풍경 근원적으로 바꿀 기회
주변 산단 항만시설도 변화 필요
개발 아닌 ‘생태계 복원’이 전제
■하굿둑 상시개방 선언만 남았다
낙동강 하굿둑이 지어진 지 25년 뒤인 2012년부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하구 개방 요구가 본격화됐다. 이듬해 환경부는 낙동강 하구 기수역에 대한 용역을 시작했고, 2015년 부산시는 하구 개방 추진을 공시적으로 선언하고 관련 작업을 시작했다.
부산시와 환경부가 빠르게 하구 개방 요구에 움직인 것은 하굿둑의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한 해 100만 마리 가까이 을숙도를 찾던 철새 수는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5~10%로 떨어졌다. 그 많던 재첩은 자취를 감추었고, 하구 일대를 뒤덮던 갈대도 줄었다. 정체된 강물은 녹조류 번식으로 이어졌다.
관련 기관들은 상시 개방을 염두에 두고 모의 실험을 시작했다. 2019년엔 하루씩 두 차례, 지난해에 한 달간 한 차례 하굿둑 수문을 열었다. 올해엔 한 달 이상 3차례 실험이 진행됐고, 지금은 마지막 실험이 진행 중이다. 결과는 상시 개방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나왔다. 낙동강 수역 내 염분 변동은 없거나 미미했고, 농작물 피해도 보고되지 않았다.
상시 개방을 대비한 내부 준비도 마무리 단계다. 이미 수자원공사는 14㎞ 이상 바닷물이 역류하면 수문이 닫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해수가 15㎞ 이상 유입되면, 서낙동강에 흘러가 취수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당 지역에 해수 차단막도 설치하는 것을 검토한다. 평소에는 누워 있는 차단막은 해수가 다량 유입되면 세워진다. 해수는 강물보다 밀도가 높아 가라앉는 특성이 있다. 상시 개방을 해도 된다는 결과가 나왔고, 개방을 위한 준비도 마무리된 것이다. 상시 개방의 시동만 걸면 되는 상황이다.
■낙동강 하구의 미래를 그려야
낙동강 하구 개방에 따른 기수역 복원은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산업화 시대가 끝난 뒤 이미 자연친화성은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지표가 됐다. 당장 복원된 낙동강 기수역을 따라 에코투어 같은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의 아이디어가 제시된다.
하지만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계기로 생태적 관점에서 도시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좀 더 큰 틀의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낙동강 일대 국가공원 1호 추진 움직임과 하구 개방에 따른 기수역 복원을 연계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전남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도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뒤 지역 발전이 촉진되는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구 일대에 생태친화적 도시 디자인을 입히는 것은 장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도시의 풍경을 근원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도다. 낙동강 일대 산책로와 도로는 직선 형태로, 친수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반면 중국 심천강 하구만 하더라도 명지지구와 비슷하지만, 수변 공간을 확보하고 갯벌 등 자연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게 꾸려졌다.
주변 산단과 항만 시설의 변화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산단 등의 개발이 이뤄질 때 생태 고민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낙동강 하구 일대의 생태도시적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그린공장과 스마트공장 등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이는 미래형 일자리 창출 등 부산의 산업 전략, 서부산 개발 모델 등 지역 산업 구조 개편과 연계돼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원광대 환경조경학 안병철 교수는 “하구 개방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도시의 발판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개발이 아닌 생태계 복원이 전제라는 것을 망각하면 결국 지속가능한 미래도 흐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