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F] 크루즈 세션 한국형 크루즈 가능한가
관광객 유치·선사 육성·선박 건조 ‘3박자’ 어우러져야 출항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다가 최근 들어 긴 잠에서 깨어난 크루즈 산업. 내년에는 전 세계 크루즈가 정상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형 크루즈의 미래를 그려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28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해양포럼’(WOF)의 마지막 날 행사인 ‘크루즈 세션’이 ‘한국형 크루즈 가능한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좌장을 맡은 조성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팬데믹 전에는 세계 관광산업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가 크루즈 산업이었다. 또 해운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미래에도 계속 인력이 필요한 분야가 크루즈라는 점에서 한국 크루즈의 제 모습 찾기가 중요한 때”라는 말로 이날 세션을 열었다.
유럽·북미 중심 크루즈 관광 ‘기지개’
수요 풍부한 아시아 시장 급성장할 듯
인테리어 디자인·기자재 개발 ‘절실’
K콘텐츠·최고 조선 강국 강점 살려
수주와 한국형 크루즈선 건조 나서야
첫 발제를 맡은 조엘 카츠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 호주·아시아지부장은 “코로나19는 크루즈 관광업계에 큰 고통을 야기했다”며 “관광객 숫자가 1% 줄어들 때마다 91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크루즈 재개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3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미 여행을 즐겼다”며 “최근에는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업계가 보건당국과 협의하며 산업 재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는 북미와 유럽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크루즈 시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카츠 지부장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아시아의 경우 90%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까운 시일 내 크루즈 여행을 하겠다고 답해 세계 평균 85%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크루즈 시장의 회복을 앞두고 철저한 방역과 검사 등 운영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나카 사부로 일본크루즈연구소 소장은 한국과 일본의 크루즈 연계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누구나 모두 감탄하는 경치의 다도해를 끼고 있다”며 “두 해역에 대해 협력해 세계적인 선사에 연계 제안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앤디 유일 영국 SMC디자인 대표는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의 열정적 세상으로 돌아오려 하고 있고, 승객들도 크루즈를 다시 즐기려 한다”며 “선상에서 식사하는 방식 등이 가장 크게 달라져 레스토랑 영업 방식에 변화가 예상되지만, 크루즈 여행객들은 예전의 선상 경험을 다시 찾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크루즈 산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국내 수요 부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인구, 경제 규모에 비해 크루즈 시장이 작다”며 “잠재수요, 유효수요를 실제 수요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부문에서도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만 전념할 뿐 선사 육성 정책이나 크루즈선 건조를 지원하는 조선 정책은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크루즈 산업의 미래 발전 방향은 관광과 선사, 조선이 함께 가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선종인 크루즈조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역에서 크루즈조선 R&D 센터를 만들자고 요청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주영렬 충남대 첨단수송체연구소 교수는 “크루즈 선박 건조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국내 조선사의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며 “인테리어 디자인 시공 분야와 기자재 분야의 원가 절감 등을 위한 관련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K-콘텐츠의 강점을 활용하고 국내 조선소의 적기 인도 등 기존 강점을 부각해 크루즈선 수주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며 “기술 개발을 꾸준히 하면서 국내 선사와 협력해 한국형 크루즈를 건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전준철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과장은 “아직까지 국내 관광객들은 크루즈 선박을 외국에 가기 위한 이동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크루즈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테마형 크루즈 상품을 개발하고, 최종적으로는 국적 크루즈와 모항을 육성해 아웃바운드를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발제자인 다나카 사부로 소장이 일본 사례를 들어 방역 시스템을 잘 갖춰도 상품 자체가 매력이 없으면 안 팔린다는 점을 강조해 주셨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20·30대 MZ 세대가 해외여행의 주요 수요이기 때문에 50~60대 기존 크루즈 수요층에서 벗어나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찬일 현대미포조선 상무는 국내 조선소들이 크루즈 짓는 걸 주저하는 이유로 선박 금융 지원이 되지 않는 점을 들었다. 김 상무는 “크루즈선의 경우 30~50%가량의 비용이 인테리어 디자인과 자재비로 나가는데, 이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되다 보니 우리가 가질 성과가 많지 않다”며 “전문 설계 인력과 인테리어 기자재 업체를 발굴하고, 선박 금융 지원이 된다면 선사에서 크루즈 건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