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심각’ 북한, 육로 재개방 전망…김정은 “낱알 한 톨까지 확보”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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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28일 국정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형중 1차장, 박지원 국정원장, 박정현 2차장.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28일 국정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형중 1차장, 박지원 국정원장, 박정현 2차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살얼음 걷는 심정이고, 낱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국가정보원이 28일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한 국정원 국정감사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밥 먹는 사람은 모두 농촌 지원에 나서라”고 지시한 사실을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국감에서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고했다고 한다. 올해 북·중 무역액은 9월까지 1억 8500여만 달러로, 작년 동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9월 교역량도 지난 2019년 동기 대비 29%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하 의원은 “경제 관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북한 중앙은행이 용지와 특수 잉크 수입 중단으로 화폐 인쇄에까지 애를 먹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지난 8월에는 북한 의류생산 2위 업체인 남흥청년화학공장이 한정된 설비와 자원에도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하다 과부하 폭발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북한은 대외 교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선박편을 통한 인도 물자 반입을 확대했고, 8월부터는 의료 방역 물자 반입도 일부 허용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지난해 1월부터 봉쇄해 온 중국·러시아와의 국경을 이르면 다음 달부터 개방하는 방안을 북한이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하 의원은 “북한은 열차 편을 이용한 화물 운송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운영 계획을 중국·러시아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북·중 간 열차 운행 재개는 이르면 내달 중이 될 것으로 국정원은 분석했다.

국정원 이날 국감에서 “김 위원장 체중이 2019년 약 140㎏에서 현재 약 20㎏ 감량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정원이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과학적 기법을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추적해왔으며, 얼굴 피부 트러블 여부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초해상도 영상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71일간 공개 활동을 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당 회의장 배경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을 없애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도 시작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2018년 말 가동이 중단됐던 영변 5메가와트급 원자로가 최근 재가동된 동향을 포착했으며, 영변 재처리 시설은 올해 상반기 2월부터 7개월간의 가동 징후를 식별했다고 보고했다. 이 기간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진행했을 수 있다는 게 국정원 분석이다. 국정원은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해 핵 능력을 강화하고, 영변이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라고 했다고 하 의원이 전했다. 박 원장은 “문재인 정부 국정원의 정치 중립을 철저히 실현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며 “차마 눈과 입에 담을 수 없는 글이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제가 정치공작을 했다고 고발됐다는 상황에서 도저히 인격적으로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을 맹세했던 국정원장으로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노력이 이렇게 치부되는 것을 마냥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이 어렵고 괴로웠다”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고 하 의원은 덧붙였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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