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관계자들 "야간작업 좋아하는 사람 無"…한심한 '대낮 교체' 이유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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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혜화전화국) 앞에서 지난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혜화전화국) 앞에서 지난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발생한 KT의 전국적인 유·무선 통신 장애 사태는 KT 측의 인재로 드러난 가운데, 네트워크 작업이 트래픽이 몰리는 낮 시간대에 진행된 점에 대해 "(직원들이) 야간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서"라는 관계자들의 한심한 변명이 나와 이용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9일 발표한 KT 네트워크 장애 원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25일 낮 KT 부산국사에서 기업망 라우터(네트워크간 통신을 중개하는 장치)를 교체하던 중 일어났다. 당초 KT 네트워크관제센터는 협력업체의 교체 작업을 26일 오전 1∼6시에 진행하도록 승인했지만, 계획이 바뀌어 25일 낮에 교체가 진행됐다. 하지만 교체 작업 중간인 25일 오전 11시 16분께부터 네트워크 장애가 시작돼 낮 12시 45분까지 89분간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대한민국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 자영업자와 일반 시민들의 업무가 가장 바쁜 시간대인 월요일 점심시간 대에 국가 기간통신망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와 관련해 홍진배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과기부가 수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협력업체 직원들과 KT 관리자에게 직접 확인했다"며 "왜 주간작업을 했는지는 '야간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주간작업을 선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또 홍 정책관은 'KT가 야간작업을 하기 싫어 협력업체에 주간작업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주간작업이 이뤄진 것은 KT 관리자와 협력사 직원 양쪽 합의하에 이뤄졌고 한 쪽의 단독 결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KT는 중요한 장비를 교체하는 작업에 KT측 관리자 없이 협력업체 직원들끼리만 이를 수행하도록 했다. 최성준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과장은 "KT 관리자에게 확인한 결과 다른 업무가 있어서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협력업체 직원이 교체 장비의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을 하다가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들어가야 할 명령어 중 '엑시트'(exit)라는 단 한 단어를 빠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홍 정책관은 "스크립트 작성은 KT와 협력업체가 같이 한 것으로 이해하며, 검토는 KT가 1·2차를 진행했으나 그 부분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또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시스템에 지장을 주지 않고 이러한 오류를 미리 발견해 수정할 수 있는 가상의 테스트 역시 진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네트워크가 정상 연결된 채로 교체가 이뤄지는 바람에 지역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국으로 확산됐지만,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재했다고 과기부는 지적했다.


허성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네트워크 작업을 야간에 하거나, 이런 작업을 한두시간 시험한 뒤 오픈한다는지 이런 건 10여년 전부터 기본 상식에 통하며, 정부가 규제해야 할 대상인지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허 실장은 "관리자 없이 협력업체가, 그것도 주간에 이런 사고가 나왔다는 게, 파란 불에 신호를 건너지 않아서 교통사고가 난 것 같은, 생각지도 못한 사고라 저희도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5일 발생한 KT 네트워크 장애 원인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5일 발생한 KT 네트워크 장애 원인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기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KT는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이번 사고는 "일탈이 이루어진 예외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KT는 이날 저녁 낸 참고자료에서 "일반적으로 KT 네트워크 장비와 관련된 작업은 야간에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KT 직원 입회하에 진행된다"면서 "야간작업으로 승인받았지만, 이를 위반해 주간에 작업이 이뤄졌고 KT 직원도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KT는 "이는 일탈이 이뤄진 예외적인 사례"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KT는 "현재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연동 전에 네트워크 작업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 단위의 현장에 이를 적용해 장애 재발에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센터망·중계망·에지망으로 구성되는 KT 전국망 중 센터망과 중계망 단위에는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 확산 방지 기능이 적용돼 있다"며 "이 기능을 에지망에도 적용해 국지적인 라우팅 오류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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