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만 몰두하라” 호텔급 근무시설에 정년도 없는 회사
[지산학 협력 브랜치 기업] 유니스
최근 이 회사를 다녀온 이들마다 ‘명소’를 소개하듯, 꼭 한번 들러보라는 당부들을 했다. 다들 “부산에 이런 회사가 있을 줄 몰랐다”며 감탄하고 돌아온다고 했다. 면접을 보러 오는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회사를 들르고 나면 입사를 간절히 희망하는 건 물론이고, 틀림없이 ‘팬’이 돼 돌아간다고 했다. 오로지 30년 연구투자를 통한 기술력으로 표면처리 정밀약품 유망기업이 된 유니스(주)의 최철헌 대표를, 삼락생태공원이 내려다보이는 부산 사상구 삼락동 본사에서 만났다.
반도체 리드프레임·강화글라스 주력
30년 연구 매진 표면처리약품 국산화
삼락 1공장, 덕포 2공장 이어 3공장 시공
지난달 부산지산학협력 6호 센터 개소
안마실·스크린 골프존·갤러리까지 갖춰
직원들 평생 직장으로 애사심 넘쳐나
■“최초 국산화에 올인하라”
최 대표는 30세 무렵, 우연히 스위스 엔지니어를 만나 대화를 하던 중 ‘앞으로 내 인생을 걸 수 있는 일은 이 업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1992년 표면처리 정밀약품 분야에 운명처럼 뛰어들었다. 직원 5명과 함께 매출 1원도 없이 버티기를 4년. 빌릴 수 있는 돈은 다 빌려다 쓰고, 어떤 달에는 직원 월급이 없어 월급날 바로 전날 중고차매매시장에 가서 타고 다니던 차까지 팔았다. 그렇게 4년간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직원들은 지금까지 최 대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아이템을 선정할 때 국내 기업들이 아직 개발하지 못한, 일본이나 미국 기업에 의존하는 제품들 위주로 선택합니다. 저희가 개발하면 최초 국산화를 할 수 있는 것들이죠. 그래야 부가가치도 높고, 회사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맨땅 헤딩’에서 시작한 노력이 4년 후 빛을 발했다. 회사 문을 열고 2년차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삼성항공)에 찾아가 회사를 알리고, 기술 개발에 대해 피력했는데 회사 설립 5년차 되던 무렵 일본에 수입해 쓰던 약품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삼성항공에 납품을 할 수 있게 됐다.
삼락동에 1공장, 덕포동에 2공장을 갖춘 유니스는 1공장 인근에 새로 100억 원을 들여 3공장도 짓고 있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 인력의 40%를 차지하며,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도 매출액 대비 매년 8~10%에 이른다. “다른 회사들은 보통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의 2%도 안 되는 곳들도 많죠. 저희는 연구개발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보통 한 제품의 개발 기간은 5~7년 정도 걸리고, 아이템 선정은 대표인 저와 문부현 연구소장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유니스는 반도체의 리드프레임(Lead Frame), 강화글라스, 전기전자 정밀부품, 메탈 마스크 같은 표면 처리 분야 정밀약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 2차 전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제, 수소차 관련 부동액, 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약품 등도 연구개발 단계에 있으며, 일본이 수출규제 당시 우리나라에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5개 약품 중 포토 레지스터도 개발하고 있다.
유니스는 여러 고도 화학약품의 국내 최초 국산화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으로 대만, 베트남,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성과를 보여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출스타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생활이 곧 삶’ 최고급 시설 갖추다
유니스는 연구개발에의 집중 투자는 물론이고 5성급 호텔을 방불케 하는 근무시설과 사내복지시설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안마의자 여러 대를 갖춘 안마실과 수면실, 당구장, 스크린 골프존, 노래방에 고급 카페까지. 최 대표가 직접 국내외 옥션에서 모은 유명 미술 작품들까지 회사 곳곳에 있어 머리 식힐 곳들이 많다.
“신입 직원들을 채용해보면 부산에 있는 청년들이 주로 하는 얘기가 부산에 취업할 데가 없어 다들 수도권으로 올라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회사 근무 환경을 어느 곳보다 고급스럽고 깨끗하게 만들어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물론 공부하기 좋은 사람이 없듯이, 즐겁게 일하기가 쉽겠어요. 그래도 최대한 직원들의 창의성과 의욕을 끌어올리려면 충분히 쉴 수 있게 해주고 정서적으로 만족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사가 있는 삼락동 공장은 2018년 지어졌다.
서울 청담동 갤러리에서 작품을 대여해갈 정도의 작품들이 회사 곳곳에 전시돼 있고, 조경이 잘 된 중정과 고급 카페 등을 갖추다 보니 직원들이 주말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와 호텔처럼 쉬다 갈 정도라고 했다.
“그 덕분인지 우리 회사에 면접 보러 오는 청년들은 월급이 얼마든, 무조건 일하겠다고 합니다.” 직원들을 위해 회사를 이렇게 만들 정도의 대표라면 믿고 일할 수 있겠다는 신뢰감도 보여준다고 했다.
최 대표는 지난달 27일 부산지산학협력센터의 6호 브랜치 센터가 된 이유도, 이 같은 기업문화를 부산에 더 확산시키고 우수한 연구인력들과의 교류도 더 활발히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니스에 입사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는 또다른 강력한 이유 중 하나는 정년이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창립 멤버이기도 한 홍대권 관리이사는 “‘우리회사는 정년퇴직 연령이 없다, 70이 넘어도 다리에 힘만 있으면 출근하라’는 얘기를 늘 듣는다”면서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을 가지니 직원들이 회사에 애정이 없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