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위드 코로나, 이웃과 함께 이겨내자
김수진 편집부국장
1일부터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 방역을 위해 실시해 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여 일상을 회복하려 한다. 전 국민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는 것을 기점으로, 방역 체계를 확산 방지와 신규 확진자 최소화에서 중증 환자 지원과 사망률 관리로 전환한 것이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견되고, 6개월 뒤인 2020년 6월 28일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그 1년 뒤인 2021년 6월 20일 가장 강력한 4단계를 실시하는 등 거리두기를 1년 5개월간 지속해 왔다.
식당 노래방 등 자영업자 초토화
MT와 축제조차 못한 대학 졸업생
등교 않고 방콕으로 살 오른 학생
마스크 때문에 말 늦은 어린이들
일상 회복 위해 이웃과 공존 절실
서로 간 관심으로 코로나 끝내길
이 기간에 영업시간과 모임 인원 제한으로 자영업자 대부분은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방역 당국은 일관성 없는 거리두기 단계 조정으로 자영업자의 추락을 가속했다.
예를 들면 식당은 높아진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근무 인력을 줄였다. 그런데 정부가 아무런 예고 없이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면서 식당은 일할 인력을 구하지 못해 손님을 받질 못했다. 겨우 겨우 인력을 구했는데 정부가 갑자기 단계를 높여 쓸데없는 임금을 더 지불해야 했다. 식당뿐 아니라 카페 학원 독서실 헬스장 등 우리 이웃 어디든 피해를 보지 않은 곳이 없다.
노래방과 유흥업소는 업종의 특성 때문인지 ‘사회적 희생양’이 됐다. 정부의 방침에 대해 쓰다 달다고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고 수개월 이상 문을 닫아야 했다. 또 문을 열더라도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했다. 저녁 이후 영업시간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러다가 확진자가 나오면 ‘유흥업소가 왜 영업을 하냐’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했다. 상당수 노래방과 유흥업소 앞에는 현재 ‘임대’ ‘매매’ 문구가 걸려 있다. 이들은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거리두기 시대에 학생들은 부분 등교 또는 등교 제한으로 집 안에서 고립됐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온라인 수업으로 교육 격차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 교육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특히 가계 소득에 따른 학생의 비만 격차가 심각해졌다고 한다. 고소득 가정 학생은 학원을 더 많이 다녀 살이 빠졌고, 저소득 가정 학생은 집에만 있어 살이 쪘다는 것. 우리 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웃기면서도 슬프다.
내년 2월 졸업하는 전문대 20학번은 캠퍼스 생활의 낭만이라는 MT나 축제 등의 오프라인 행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신입생에게 대학 생활을 알려주는 오리엔테이션(OT)도 비대면으로 받았다. 수업도 방역수칙에 따라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번갈아 받았다. 같은 과 동급생 얼굴도 모르고 공식적인 학과 생활 한 번 하지도 못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두세 살 박이도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어린이와 이들을 가르치는 어린이집 교사가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어린이들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입 모양을 보고 말을 배우는데, 마스크 때문에 입을 보지 못해 말을 또렷하게 하지 못하는 것. 이런 이유를 알지 못하는 상당수 부모가 자녀의 늦은 말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는 후문이다.
위드 코로나로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는 수학능력시험(11월 18일)이 끝난 22일부터 전면 등교를 한다.
다른 나라의 예에서 보듯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늘 것이다. 거리두기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정부는 춤추는 확진자 수에 맞춰 정책을 손 뒤집듯 바꾸면 안 된다. 국민들도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지켜야 코로나19를 계절병으로 만들어 함께 지낼 수 있다.
특히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웃의 힘든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1년여간 제대로 영업하지 못하고도 한두 달 치 매출만 보상받는 자영업자들은 현실적 보상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동기 얼굴도 모르고 졸업하는 코로나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 요구를 이미 시작했다. 살이 찐 학생들은 뒤처진 공부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고, 말이 느린 어린이는 마스크 없는 입을 뚜러지게 봐야 한다.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 이웃과의 공존이 절실하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영업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이들에 대한 보상이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대학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회로 진출한 초년생이 억울하게 돈을 날리지 않아야 하고, 공부에 뒤처진 학생이 학습 격차에 따른 피해를 봐서도 안된다. 이웃 간 관심과 공존 의지만이 ‘아프고 힘든’ 코로나 시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모두 화이팅! ksci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