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작은 덩치가 큰 힘 발휘… 4단계에도 교육 공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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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사라진다] ⑤ 재난에 강한 작은학교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속에서도 작은학교 학생들은 전교생이 전면등교를 하며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올 2월 28일 새학기 개학 이틀을 앞두고 부산의 한 학교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교육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원격수업이 도입됐지만, 가정 형편에 따라 학력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그런데 학생 수가 적은 작은학교의 경우 규모가 큰 학교보다 전면 등교 일수가 훨씬 많다. 뿐만아니라 밀집도가 낮아 다양한 체험학습도 가능했다. 비교적 안전한 환경 속에 급식까지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앞으로 더 큰 재난이 닥쳐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학생 수가 적어 무시당했던 작은학교가 오히려 전대미문의 재난 시대에 큰 힘을 발휘하는 강한 학교가 되는 셈이다.


학생 적어 ‘방역 수칙’ 완벽 준수
전면 등교 가능하고 급식도 제공
규모 큰 학교보다 등교일수 월등
밀집도 낮아 ‘체험 학습’도 가능
가정 내 돌봄 받지 못하는 학생
정서 안정·학습 준비물도 지원


■사랑이 담긴 학습꾸러미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김은주 연구위원은 최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작은학교에서 겪었던 특별한 경험을 풀어놓았다. 당시 김 위원은 부산 사상구 모동초등학교 교사였다. 모동초등은 전 학년에 1학급씩만 운영했으며, 20명 안팎인 한 반 학생수가 점점 줄고 있었다. 31일 현재 학교알리미를 보면 모동초등은 전교생이 99명, 교원 수는 15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2월 부산에서도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전염병의 공포는 교육현장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3월에 예정됐던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월에 한창 개학 준비를 하던 모동초등 교사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3월 중순이 되자 가정 내에서 돌봄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계속 방치했다가는 큰일이 날 듯 싶었다. 이때부터 교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김 위원은 “임대아파트가 밀집한 모동초등 주변 지역은 지역 특성상 학교 돌봄 기능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컸다”며 “특히 유치원 졸업 뒤 1학년으로 입학해야 하는 아이들부터 살펴봐야하는 게 급선무였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교사들은 우선 1학년을 위해 ‘학습꾸러미’를 만들었다. 학습꾸러미 안에는 각종 책과 교구, 학습지 등이 포함됐는데 보낼 때마다 횟수를 표시해 아이들이 가정에서 학습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1학년부터 시작된 학습꾸러미는 이어 2학년, 3학년으로 학년을 점차 늘려나갔다.

이어 다른 지역 작은학교 교사들과 위기 대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학습꾸러미를 만드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학생 수가 적어 가능했던 일이라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만약 1000명 이상 과대학교였다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학생들은 지난해 늦은 개학 뒤 원격수업을 진행하다 5~6월에는 전면등교를 할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광복절 이후 발생한 2차 대유행 때 잠시 원격수업이 이뤄졌지만, 그 이후 올해까지 규모가 큰 학교와 달리 전면등교가 가능했다. 김 위원은 “아이들 수가 적기 때문에 교실 내 일부 활동을 제외하면 학교 공간에서 서로 겹치는 일이 없었다”면서 “작은학교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전면 등교의 힘

학생 수가 적은 게 단점이었던 작은학교는 오히려 코로나19 시대에 전교생이 등교할 수 있는 학교라는 사실이 최대 장점이 됐다. 규모가 큰 학교 학생들이 모니터 속에서 친구들과 마주하는 것과 달리, 작은학교 학생들은 전원 등교해 운동장에서 뛰놀 수 있었다. 작은학교는 교육 공백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등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학생의 등교 여부는 교육부 지침인 ‘거리 두기 체제에 따른 학사 운영 기준’에 따른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에 적용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등교 여부가 갈렸다. 초등학교의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 1~3단계까지 전면등교가 가능하다. 다만 3단계에서는 지역과 학교 여건에 따라 3~6학년 학생 수의 75%만 등교할 수도 있다. 최고 단계인 4단계에서는 1~2학년은 학교에 갈 수 있지만, 3~6학년은 절반 이하만 등교할 수 있다.

이런 학사 운영 기준은 이전에 비해 가장 완화된 수준이다. 이 보다 더 강력한 학사운영이 적용될 때는 4단계에서 모든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올 7월 수도권에서 4단계가 지속될 때 심지어 유치원 원아도 원격수업을 받아야만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유행이 처음 시작된 2020년 1학기 부산 초등학교 평균 등교일수는 46일에 불과했다. 올해 1학기 평균 등교일수도 78일에 그쳤다. 초등학생은 학기당 평균 96일을 등교하는데, 코로나19 탓에 지난해 등교일수가 평년의 47%, 올해는 81%에 그친 셈이다. 반면 작은학교의 경우 각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서도 밀집도를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현행 4단계에도 전면등교가 가능해 작은학교가 규모가 큰 학교보다 등교일수도 월등히 많다.

부산시교육청도 이를 인식한 듯 올해부터 코로나19 유행 단계가 격상돼도 전면등교할 수 있는 소규모 학교 기준을 변경했다.

지난해에는 소규모 학교 기준을 학생 수 300명 안팎에서 올해부터는 300명 이하는 물론 300명 초과 400명 이하, 학급 당 평균 25명 이하인 학교까지 확대했다. 그 결과 밀집도 적용을 받지 않는 소규모 학교는 지난해 141개교에서 올해 211개교로 늘어났다.

통폐합된 학교의 학생들을 받아들인 한 통합학교의 교사는 아슬아슬하게 소규모학교 기준에서 벗어나 어쩔 수 없이 원격수업을 해야만 했던 경험을 토로했다. 이 교사는 “원래 전면등교가 가능했는데 몇십 명이 조금 더 늘어서 학생들이 3분의 2만 등교한 적이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시대에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작은학교를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진석·변은샘 기자 kwak@busan.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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