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정의 바탕엔 인권… 인권위 권고로 정책 개선 가능”
정귀순 부산시 인권위원장
“인권은 독립적인 분야가 아니라 복지·교통·주택·교육 등 모든 정책에 걸쳐 있습니다. 부산시 모든 행정의 바탕에 인권을 녹여 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2019년부터 부산시 인권위원회를 이끄는 정귀순 위원장은 ‘부산이 얼마나 살기 좋은가’를 판단할 때 인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은 하나의 정해진 개념이 아니라 꾸준히 성장·발전하는 개념”이라며 “부산시가 이를 행정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인권위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2019년 4기부터 민간 위주로 이끌어
지난 8월 ‘형제복지원 사건’ 1호 권고
연내 ‘노숙인 안전망’ 2호 권고 예정
부산시 인권위는 2013년 출범했지만, 행정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1년에 한두 차례 회의만 열리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2019년 4기 위원회부터 민간 위주로 구성이 개편됐다. 이때 위촉된 첫 민간 위원장이 바로 정 위원장이다. 또한 올해 7월 ‘부산시 인권 기본조례’가 개정되면서 시 인권위가 직접 부산시에 정책 권고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도 인권위는 시 행정에 대해 심의·자문이 가능했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한계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 인권위가 정책 권고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진전된 활동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서울시 인권위가 ‘다산콜센터’ 비정규직 문제를 지적해 정규직화를 끌어낸 만큼 인권위 권고는 정책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부산시 인권위원회는 올해 안에 노숙인 안전망 보완을 ‘2호 권고’할 예정이다. 앞서 시 인권위는 올해 8월 형제복지원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개선을 ‘1호’로 제시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시 인권위원회는 시에서 가장 관심 가지지 않는 부분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노숙인은 항상 모든 복지·방역 시스템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인권위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2019년 4기 인권위 출범 이후 현장 목소리를 담은 인권 기본 계획을 만들고, 부산시 인권센터 개소를 끌어내는 등 부산시 인권 행정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며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인권 부서와 인권위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의 인권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의 위상이 충분하지 못한 데 따른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위원장은 “부산시 인권 정책 컨트롤 타워는 ‘인권노동정책담당관’이지만, 권한·인권·예산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른 부서에 비해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부산시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해당 부서의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 위원장은 시 인권위 활동을 하는 위원과 시 담당 부서에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권고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결국 시 정책을 개선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 인권위는 민관협력기구로 NGO(비정부기구)와 시의 기구 가운데 있는 조직이라 여러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항상 고생하는 인권위원들, 그리고 인권위의 까다로운 요구를 반영하느라 고군분투하는 관련 부서 직원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