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수칙은 광란과 담배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핼러윈데이, 서면 클럽 가 보니
이달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부산의 밤이 먼저 깨어났다. 핼러윈데이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오전 6시 30분께. 부산 서면 1번가 A클럽 앞은 동도 채 트기 전부터 몰려든 젊은이들로 웅성거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유흥시설 영업이 오후 10시에서 새벽 5시까지 제한되자, ‘핼러윈 대목’을 놓칠 수 없었던 클럽이 새벽 5시부터 영업을 한 것.
이색적인 분장을 한 젊은이들 사이를 뚫고 경찰 4명으로 구성된 단속반이 클럽 내부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단속 떴다!”는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내 건물을 뒤흔들던 음악 소리가 순식간에 끊어지고, 클럽 안 테이블과 무대, 흡연실 곳곳을 가득 채운 젊은 클러버들은 우르르 몸을 숨겼다. 한 눈에 보기에도 수용 인원을 훌쩍 넘긴 이들이 클럽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오전 6시 30분 단속반 들이닥치자
가득 채운 클러버들 곳곳 몸 숨겨
마스크 벗고 복도·객실 흡연 예사
122명 수정 인원에 237명 입장
주점·음식점 수칙 위반 수두룩
클럽 지하 객실에는 형형색색의 코스튬 의상을 입은 이들로 가득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캐릭터를 본뜨거나, 영화 ‘어벤져스’ 속 아이언맨 분장을 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그 중 456 등 번호가 적힌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캐릭터의 의상은 압도적으로 많은 이들이 착장했다.
매년 10월 31일은 미국에서 유래된 핼러윈데이로, 미국 현지에서는 아이들이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등을 받는다. 한국으로 옮겨지면서 유명 애니매이션이나 영화 속 인물의 의상이나 분장 등을 따라하며 유흥을 즐기는 날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리잡았다.
건물을 가득 메우던 음악은 멈췄지만 클럽 안은 뜨겁게 달아올랐던 흔적이 역력했다. 테이블 곳곳에 미처 따지 못한 샴페인이나 먹다 남긴 맥주,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있었다. ‘마스크 착용 부탁드립니다’ 네온사인으로 적힌 표지 밑에서 클러버들은 삼삼오오 모여 남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웠다. 흡연실 표시가 무색하게 복도와 객실 안에 흡연자가 한 가득이었다.
클럽에서 만난 김 모(23) 씨는 실감나게 피 흘리는 분장을 하고 있었다. 김 씨는 “새벽 2시부터 분장을 시작해서 5시 영업 시작하자마자 달려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서면 일대를 가득 메운 건 전날 자정까지 음주를 즐기다 인근 PC방, 호텔 등에서 새벽을 보내고 이 곳을 찾은 이들이다.
핼로윈데이를 맞아 멀리 서울에서 부산까지 ‘클럽 원정’을 온 젊은이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최 모(25) 씨는 “부산 여행을 온 김에 마침 핼로윈 주말이라 클럽을 찾았는데, 단속이 떠 곧 가야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A클럽은 규모가 976㎡(295평)이다. 클럽의 경우 8㎡당 1명으로 출입을 제한한 방역수칙에 따르면 이곳에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은 최대 122명이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던 인원은 경찰 추산 237명이다. 클럽 직원 등을 제외해도 수용 가능 인원보다 배가 넘게 출입한 것이다.
경찰 손에 이끌려 나온 젊은이들은 새벽부터 갈 곳을 찾지 못해 다시 클럽 문 앞으로 몰려들었다. ‘집에 가자’는 지인을 향해 ‘가긴 왜 벌써 가냐’고 만류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재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손님 한 모(28) 씨는 “새벽부터 와서 논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가기 아까워서 단속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멋쩍은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방역수칙 위반으로 클럽이 문을 다시 열 수 없게 되자 이들은 발길을 돌려야했다.
부산경찰청은 핼러윈 주간을 맞아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합동단속반 137명을 투입해 유흥시설 불법 영업 특별 단속을 진행했다. 합동단속반은 A클럽을 비롯해 부산진구 한 음식점에서 허가받지 않은 채 100여 명의 손님을 춤을 추게 하는 등 식품위생법과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소들을 지난달 30일 밤 적발했다. 같은 날 남포동에서도 방역수칙을 위반한 유흥업소 3곳을 단속했다. 경찰에 업소들이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불법 영업을 공지한다는 신고도 쏟아졌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