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의 성지에서 ‘시대의 아픔’을 만나다
류태경 해강고 1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교훈을 얻기 위해 최근 찾은 광주는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 그 자체였다.
무등산의 서석대, 입석대는 장관이었고 안개에 둘러싸인 정상도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하산길 중머릿재에서 만난 한 분을 통해 광주의 아픔, 광주의 한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역사 기억하고 교훈 얻은 순례 여행
당시 시민군 인터뷰 통해 참상 가늠해
국립 5·18 민주묘지의 김범태 관리소장은 5·18 민주화운동 때 시민군 대표 4명 중의 한 사람으로 전남도청에 들어가 마지막 협상을 주도했다.
당시 시민군 여성대표였던 전옥주 씨는 얼마전 세상을 떠났는데, 그때 겪은 고문 후유증의 여파가 컸다고 한다.
김 소장과 함께 옛 전남도청 앞 식당으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광주의 진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김 소장은 “가슴이 너무 아파 속마음을 밖으로 잘 꺼내놓지도 못한다”면서도 “미래를 짊어질 젊은 학생이기에 역사적 참상을 그대로 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내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그 분들의 아픔 위에 세워졌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아울러 TV화면으로 보았던 미얀마의 시위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40년 전 광주의 데자뷔처럼 말이다.
겨울 방학이 되면 다시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의 영령들을 추모하고 싶다. 아울러 무등산에서 만났던 김 소장을 다시 만나 못 다 들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마침 5·18 광주 시민을 무참히 탄압한 주동자의 한사람인 전직 대통령 노태우 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저승에서 5·18 민주 영령들을 어떻게 대할지 궁금해진다.
역사학자 아놀드 J. 토인비는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지구촌의 역사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 2월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며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미얀마의 시민을 보면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리는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40여 년 전인 1980년은 기자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하지만 이번 광주 방문을 통해 지금까지도 가슴 속에 한을 품고 살아가는 유족들이나 광주 시민들을 접하고 그때의 참상을 충분히 가늠할 수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