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입신양명보다 경남도민 신뢰가 먼저
김길수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장
임기 4년의 민선 7기가 2018년 7월 1일부터 시작된 지 3년을 훌쩍 넘겼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와 8기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벌써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방자치가 성숙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민선 7기 지난 3년 동안의 평가는 부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구속과 낙마로 발생한 장기간 도정공백은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 전 지사는 선거 때부터 드루킹 사건으로 특별검사를 수용한 상태에서 불안한 출발, 재임 동안 특검조사와 재판준비 등으로 도정에 전념하지 못했다. 1호 공약인 서부경남 KTX 임기 내 착공은 이뤄내지도 못한 상태에서 낙마했다.
그는 1심 재판 이후 법정구속으로 임기 초부터 77일 동안 권한대행 체제를 불러왔다. 항소심도 유죄 선고, 올해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임기를 9개월 남겨둔 채 도지사직을 상실함에 따라 경남도는 또 다시 하병필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대행 중이다. 경남도는 4년 임기 내 두 번의 권한대행 체제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그는 임기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 중대한 과오를 갖고 출발한 것 자체가 도민의 신뢰를 얻기에 부족했다. 이 때문에 경남도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한 축이지만,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권한대행 체제가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권한대행 체제가 유난히 잦았다. 홍준표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1년 넘게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2018년 7월 김 전 지사 취임으로 정상화될 때까지 15개월 동안 류순현·한경호 두 명의 전임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을 대행했다.
민선 1기부터 3선을 한 김혁규 전 지사가 마지막 임기를 2년 6개월 남겨둔 2003년 12월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사임했다. 이후 김태호 전 지사가 보궐선거로 당선될 때까지 6개월간 권한대행 체제가 됐다. 민선 5기 김두관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중 사퇴하면서 홍 전 지사가 취임할 때까지 5개월 여간 권한대행 체제가 됐다. 이들 모두 대통령 출마와 관련한 행보에 나섰지만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후 김경수 전 지사가 2019년 1월 30일 1심 판결 후 법정구속 되면서 박성호 전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했다. 그리고 이번 권한대행이 7번째다.
이러한 흑역사를 뒤로하고, 최근엔 내년에 치러질 도지사 선거에 전직 도지사 재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여야 정당을 달리하는 두 국회의원 간 ‘리터 매치’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그들은 도민과의 약속보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도민과 도정을 헌신짝처럼 버렸던 정치인이다. 아무리 정치인 얼굴이 철면피라지만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도민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만 탐낸 꼴이다.
경남도민은 그들이 기획한 오징어 게임에 이용되는 병사들이 아니다. 내년 도지사 선거는 후보자 능력과 자질 검증에 앞서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약속과 실행의지부터 챙겨봐야 할 형편이다. 도민의 신뢰를 잃은 정치인이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유행가를 빌려 도지사로 출마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kks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