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명곡 ‘동백아가씨’ 악보 원본 부산에 온다
부산 출신 작곡가 백영호 선생 자료 7000여 점
‘해운대 엘레지’ 등 수많은 곡 작곡
“내년 개관 예정 근현대역사관에 기증”
부산시, 백 선생 장남 통해 기증 신청서 받아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불멸의 명곡이자 가수 이미자의 대표곡인 ‘동백아가씨’의 도입부다. 이 ‘동백아가씨’의 악보 원본이 부산에 온다.
부산시는 부산 출신의 유명 대중음악 작곡가 백영호(1920~2003) 선생의 장남 백경권(경남 진주·서울내과의원 원장) 씨로부터 내년 하반기 개관 예정인 부산근현대역사관에 백 선생이 1964년 직접 작곡한 불멸의 명곡 ‘동백아가씨’ 원본 악보 등 7000여 점에 달하는 자료를 일괄 기증하겠다는 내용의 기증 신청서를 최근 받았다고 2일 밝혔다.
백 선생은 부산 서구 서대신동 출신으로 본명은 백영효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그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위상이 높다. 생전에 그는 한국 최고 작곡가 반열에 올랐다. 미발표곡을 포함해 4000여 곡을 작곡해 100여 곡을 흥행시켰다. 그는 해방 후 부산 영도의 코로나레코드사와 남부민동 미도파레코드사에서 본격적인 작곡가 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추억의 소야곡’(1955), ‘해운대 엘레지’(1958)를 유행시킨 후 서울로 상경한 지 1년 만에 국민가요 ‘동백아가씨’(1964)를 작곡해 히트시키면서 국내 최고 인기 작곡가 반열에 오른다. 그는 60년대 ‘황포돛대’ ‘서울이여 안녕’ 등 수많은 노래를 모두 이미자와 함께했다. 이어 1970년대에도 명곡을 잇달아 발표해 출시하는 노래마다 히트곡이 되었다.
또한 ‘울어라 열풍아’(1965), ‘동숙의 노래’(1966), ‘여자의 일생’(1968) 등 200여 편의 영화 주제가와 ‘아씨’(1970), ‘여로’(1972) 등 50여 편의 TV 드라마 주제가도 작곡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비롯해 방송가에서 숱한 작곡상을 받았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경남 진주에는 백영호기념관이 있다.
백 씨가 기증할 자료는 1948년부터 백 선생이 작곡한 대중가요 자필 악보, 녹음 음반 테이프, 구술사 정리 테이프, 생활사 자료 등이다. 특히 악보의 경우 전국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방대한 자료며, 한국 대중음악사에서도 체계적으로 악보가 보관·수집돼 기증되는 최초 사례다.
백 선생의 아들이 기증하게 된 데는 부산시의 노력과 더불어 그의 유지가 크게 작용했다. 부산시는 역사관 개관을 위한 근현대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의 자료를 알게 돼 자료 소장자인 백 씨와 접촉했다. 시는 백 씨가 경남 진주에 거주하고 있어 올해 5월부터 여러 차례 방문, 대화를 가졌다. 백 선생은 생전에 “내 자료가 부산에서 전시되었으면 한다”는 뜻을 내비치곤 했다고 한다. 다행히 백 씨도 이런 선친의 유지를 받들었다.
백 씨는 “선친의 자료가 부산근현대역사관에 기증돼 전시되는 것은 고향 부산을 사랑한 선친의 유지일 뿐 아니라 부산과 한국 대중가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라며 기증 취지를 밝혔다.
부산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부산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작곡가인 백 선생의 소중한 자료는 기증 절차를 거쳐 부산근현대역사관의 학술연구와 전시에 활용됨은 물론, 부산이 가진 독특한 문화콘텐츠로 발전 시켜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