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0.2%p '쑥'…무섭게 오르는 은행 대출금리, 이미 5%대 중반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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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만에 0.2%포인트(p)나 뛸 정도로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고 수준은 이미 5%대 중반에 이르렀다.


특히 금리 인상기를 맞은 은행의 금리 정책과 최근 급등한 은행채 등 시장금리의 영향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약 0.6%포인트나 높은 상태다.


이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면 대출금리가 6%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금리상승을 예측하고 고정금리를 택할지, 당장 크게 낮은 변동금리가 유리한지 대출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A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3.68∼4.68%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금리(3.47∼4.47%)와 비교해 불과 하루 사이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포인트 올랐다.


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하루 만에 3.88∼5.08%에서 4.00∼5.20%로 양 끝이 0.12%포인트씩 높아졌다.


말 그대로 대출 금리가 '자고 일어나면 뛰는' 셈으로, 해당 은행 관계자조차 "워낙 빨리 오르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를 반영한 것이지만, 이처럼 금리가 하루에 0.2%포인트나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14% 수준이다.


이는 8월 말(2.62∼4.19%)과 비교해 불과 두 달 사이 하단과 상단이 각 0.69%포인트, 0.62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변동금리가 아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상승 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2.92∼4.42%에서 3.97∼5.377%로 올랐다. 최저 금리가 1.05%포인트, 최고 금리가 0.957%포인트 등 전반적으로 두 달 사이에 약 1%포인트 뛰었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35∼4.68%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8월 말(3.02∼4.17%)보다 하단이 0.33%포인트, 상단이 0.51%포인트 높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대로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또 올라 그 영향까지 시장금리에 반영되면, 대출 금리 상단은 연말께 6%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는 주로 은행채 등 금융채 금리를 지표(기준)로 삼는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8월 말 1.891%에서 10월 말 2.656%로 약 두 달 새 0.765%포인트 높아졌다.


신용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도 같은 기간 1.253%에서 1.743%로 0.49%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지표금리로 주로 코픽스를 활용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1일 현재 적용되는 신규 코픽스(1.16%)는 8월 말 당시 적용된 신규 코픽스(7월 기준 0.95%)보다 0.2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최근 2개월 새 지표 금리의 상승 폭은 아무리 커봐야 약 0.7%포인트 정도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실제 대출금리가 1%포인트나 오른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 속에 은행이 지표금리에 자체 판단으로 더하는 가산금리를 더 올리거나 거래실적 등을 반영해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줄인 탓이다.


NH농협은행은 이달 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들의 우대금리를 0.3%포인트씩 크게 낮췄다. 이에 따라 'NH직장인대출V'의 우대금리가 최대 0.5%에서 0.2%로, '올원직장인대출'·'올원마이너스 대출'의 우대금리가 0.4%에서 0.2%로 줄었다.


NH농협은행은 앞서 지난달 22일 대면 신용대출 상품의 거래실적 관련 우대금리(최대 0.3%포인트)를 일제히 폐지한 바 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2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최대폭을 0.5%에서 0.3%로 0.2%포인트 깎았고,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과 월상환액고정 대출의 우대금리(최대 0.3%)는 아예 없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앞서 9월 3∼16일 불과 약 열흘 사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깎아 실제 적용 금리를 0.3%포인트나 올리기도 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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