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그리고 밤을 그리고 양손으로 그리다 문정 유재연 윤상윤 ‘언더 더 스킨’
연필로 그린 그림, 밤을 그린 그림, 양손으로 그린 그림.
문정, 유재연, 윤상윤 작가 3인전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 아트소향에서 20일까지 열리고 있다. 세 명의 작가들은 부산 첫 전시에서 연필 드로잉, 유화, 조각회화까지 다양한 작업을 보여준다.
작가 3인전… 유화 등 선봬
20일까지 해운대구 아트소향
부산 출신 문정 작가의 연필 드로잉은 흑백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연필로 섬세하게 표현한 명암이 눈길을 끈다. 화면 속에 차근차근 흑백의 구조를 설치한 듯 보이는 이유는 작가가 설치를 공부한 영향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설치미술을 공부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입체보다 평면에서 자유를 찾았다는 작가는 종이 안에 연필로 설치를 하듯 기하학적 형태를 그려 넣었다. 시와 같은 문학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유재연 작가는 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는 차분하지만 빛을 머금은 파란색으로 밤을 표현한다.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 유 작가는 밤에 런던의 공원을 걸으며 느낌 감상을 풀어냈다. 하루의 끝이면서 시작이 되고,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밤이 작품에 드러난다. 특히 코로나로 런던이 록다운 되었던 경험도 작품에 반영됐다. 단절과 고립 속에서 받은 세상이 평면화되는 느낌이 그림 속에 드러난다. 또한 나무 조각에 그림을 그려서 이어 붙인 ‘피스(조각) 페인팅’ 작업도 같이 소개한다.
윤상윤 작가는 양손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린다. 왼손잡이로 태어났지만 오른손을 쓰도록 교육을 받은 자신의 경험이 작품에 드러난다. 오른손으로 그린 것은 미술교육을 받은 화가의 이성적인 그림이다. 그림은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 작품 아래쪽의 물은 마음속 깊은 곳 무의식의 세계이다. 중간 부분은 현재의 작가가 느끼는 감정을 담아냈다. 그림 위쪽은 자신이 되고 싶은 초자아를 표현했다. 왼손으로 그린 그림은 자유롭고 본능적이다. 왼손잡이로 태어나도 훈련을 받지 않아 왼손 붓질은 거칠다. 색상을 쓰는 것도 오른손 작업보다 과감하다. 한 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손으로 그린 그림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051-747-0715.
오금아 기자 ch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