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 뜨끈하게 녹이네
부산 사직동 동해양푼이동태찌개
가을이 깊어가면서 날씨가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는 꽤 쌀쌀해서 몸이 떨릴 정도다. 이렇게 싸늘한 날씨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동태찌개다.
부산 사직동 사직야구장 인근에 40년 동안 동태찌개만 끓여온 식당이 있다. 당연히 긴 연륜처럼 깊은 맛이 일품인 곳이다. 사직1차 쌍용예가아파트와 예원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는 ‘동해양푼이동태찌개’(대표 박원장, 장철심)가 바로 그곳이다.
경남 진주 출신인 박 대표는 직장 때문에 1973년 부산에 왔다. 그는 1982년 김해공항 근처에서 식당을 열었다. 처음에 잠깐 고깃집을 운영한 걸 빼고는 계속 동태탕만 끓였다. 담백해서 싫증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평가다.
40년간 동태찌개 끓여 온 연륜
소금물에 세 시간 담가 해동
생태탕 착각할 만큼 시원한 국물
대구뽈찜·통김치찌개도 인기
박 대표는 “김치찌개를 잘 끓였기 때문에 동태찌개도 잘 끓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었다. 처음에는 뜻대로 안 돼 많이 고생했다. 요리법을 개발하기 위해 많이 노력한 덕분에 마침내 맛있는 동태찌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동태찌개는 냉동한 동태를 해동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동태는 소금물에 세 시간 정도 담가 해동한다. 이때 비늘을 깨끗하게 제거해야 한다. 동태에는 비늘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잔 비늘이 매우 많아 이를 떼어내지 않으면 먹기에 불편하다.
새우, 건새우, 표고버섯, 통대파, 잔뿌리, 다시마를 넣어 3시간 정도 끓이면 찌개 육수가 나온다. 여기에 해동한 동태를 넣고 소금과 된장으로 간을 맞춰 끓이면 동태찌개가 완성된다. 박 대표는 “된장이 들어가면 동태의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동태찌개 국물은 기본적으로 시원하다. 눈을 가리고 먹으면 생태탕으로 착각할 정도로 명태의 깊은 맛이 잘 우러나 있다. 찌개를 끓일 때 넣은 된장 덕분에 국물은 상당히 구수하다. 새우 맛도 은근하게 풍기는 게 고소한 느낌을 준다. 해동을 잘한 덕분에 동태는 마치 생태처럼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다.
동해양푼이동태찌개의 두 번째 대표 메뉴는 대구뽈찜이다. 냉동대구 목살로 만든 찜이다. 여기에 콩나물, 미나리, 대구 곤, 꽃게 등을 넣는다. 찜의 양념에는 마늘, 참기름, 고춧가루, 표고버섯 가루, 새우가루 등이 들어간다.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15분 정도 찌면 대구뽈찜이 완성된다.
대구뽈찜은 많이 맵지는 않다. 약간 불그스레하게 보이지만 양념 맛은 부드러우면서 약간 매콤한 정도다. 전체적으로 양념이 균형을 잘 이룬 느낌을 준다. 고기는 부드럽고 양이 꽤 많다. 대구와 동태는 수입업체에서 납품받는다.
동해양푼이동태찌개의 통김치찌개도 제법 맛있다. 돼지고기와 묵은지 김치를 잘게 썰지 않고 통으로 넣어 끓인 찌개다. 매콤하고 짭짤한 게 시골의 분위기를 주는 맛이다.
이곳에서는 몰무침, 미역무침을 반찬으로 준다. 미역을 무칠 때 사용하는 초장의 수준이 어지간한 횟집을 능가한다. 초장에 회를 찍어먹거나 밥을 비벼먹어도 기가 막힌 맛이 나올 것 같다.
동해양푼이동태찌개는 골목길 안쪽에 들어가 있어 처음 가는 사람은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도 손님은 끊이지 않는다. 낮에는 인근 직장인이나 아파트 주민들이 주로 찾아온다.
프로야구 시즌에는 야구를 보러온 사람들이 경기를 마친 뒤 술을 한 잔 걸치러 들어온다. 박 대표는 “롯데 자이언츠 성적에 따라 매출 변화가 심하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프로야구 관중이 줄어 타격이 컸다. 내년에는 롯데가 꼭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해양푼이동태찌개/부산 동래구 사직북로 13번길46. 010-3590-2244. 동태찌개·통김치찌개 9000원, 대구뽈찜 2만 7000~4만 5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