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계 고민거리 생선 비린내, ‘세척수’로 해결했습니다”
장미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
생선을 집에서 먹기 싫은 가장 큰 이유는 ‘비린내’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활어 중심의 유통이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외출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은 생선을 외면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진이 필요한데 중소기업에서는 벅찬 것이 사실이었다. 이때 국립수산과학원의 장미순 연구사의 기술이 빛을 발했다. ‘오징어 쌀국수’ 등 기술 이전을 받은 데만 20개 업체가 넘고, 기술 자문을 위해 방문한 업체 수는 셀 수 없다. 바야흐로 시대에 딱 맞는 히트 기술이었던 셈.
선도 떨어지면 미생물 발생 비린내 생겨
기술 개발 성공, 중소기업에 기술 이전
다음 세대 입맛 맞는 수산물 만들 것
장 연구사는 “많은 가공업체가 녹차 고등어, 유자 고등어 등 기존의 냄새를 덮는 데 주력을 했다면, 국립수산과학원의 기술은 냄새 자체를 없애는 식으로 접근을 했기에 업계에서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생선에서 비린내가 나는 이유는 선도가 떨어지고 미생물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생선을 가공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세척을 한다. 장 연구사가 관심을 가진 부분이 ‘세척수’다. 장 연구사는 “세척수를 일정 조건으로 맞추면 미생물이 생존하기 어렵게 된다”며 “비린내의 주요 원인은 기본적으로 수용성인데, 특정 조건을 맞추게 되면 비린내가 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장 연구사의 이러한 연구의 배경에는 업계의 요구도 있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장 연구사는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영양사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생선튀김 등이 나오는 날에는 엄청나게 잔반이 나온다고 하더라”며 “수산물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좋은 영양식품임에도 비린내 때문에 버려진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비린내 제거에 이어 다양한 수산물 밀키트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장 연구사는 “요즘 학생들은 수산물의 원형보다는 가공된 형태를 좋아해서 밀키트 개발은 물론 다양한 레시피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 쌀국수, 고등어 스낵, 삼치 치즈 커틀릿과 같은 제품 탄생의 기술을 개발한 것도 같은 측면이다.
장 연구사는 이러한 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을 기대했다. 지금까지는 활어 중심의 유통이 코로나19로 크게 바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장 연구사는 “수산업체들 가운데 밀키트나 가공 분야에 일찍이 뛰어든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수산물 소비가 줄었지만 오히려 수익은 늘었다”며 “활어 중심의 유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업체들이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사는 다음 세대들이 수산물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 연구사는 “어린 시절에 습관이 들지 않으면 수산물을 아예 먹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수산물이 가지는 영양학적 가치가 분명한 만큼 다음 세대들의 입맛에 맞는 수산물을 만들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