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디젤차 요소수 대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의 모든 차량이 운행을 멈춘다면? 이런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전 세계는 대혼란을 겪을 게 틀림없다.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지구촌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대부분 중단돼 인류를 엄청난 불편과 고통에 빠트리지 싶다. 식량과 식수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떼죽음하는 사태도 속출할지 모른다.
이 같은 대재앙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구 종말이나 자동차 연료인 석유의 고갈이 닥친 순간에만 생길 수 있는,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참사여서다. 또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까닭이다.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엔진 차량의 경우라면 지금이라도 일제히 멈춰 설 확률은 높다. 디젤차 운행에 필수적인 요소수(尿素水) 때문이다. 애드블루(Ad Blue)로도 불리는 물질로, 디젤차가 내뿜는 매연과 발암물질을 줄이는 촉매제다. 석탄에서 추출한 요소(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된 2015년 이후 등록한 디젤차에는 이 액체를 주기적으로 주입해야 한다. 디젤차 중 승용차와 SUV는 10L의 요소수를 넣고 1만km 정도 운행할 수 있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화물차는 수시로 요소수를 보충해야 하며, 대형 화물차는 주행거리 300~700km마다 10L를 넣는다. 디젤차는 요소수가 바닥나면 출력이 저하돼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요소수가 최근 가격 폭등과 함께 품귀 수준을 넘어 대란 현상을 빚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평소 10L에 1만 원 이하이던 값이 현재 5만~6만 원으로 치솟고 중고사이트에선 10만 원을 넘겼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은 품절 상태다. 디젤 트럭과 중장비 운전기사 등은 요소수가 남아 있는 주유소와 차량용품점을 찾아 헤매며 속을 끓인다. 구하기가 매우 힘든 탓이다.
중국이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이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요소 수입의 90%를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 반입이 중단돼 요소 생산량이 급감하자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이대로 가면 국내 요소수 재고는 이른 시일 내 동날 것으로 우려된다. 자칫 화물차와 중장비가 한꺼번에 멈추면 물류 대란은 물론 산업계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화물차 330만 대 가운데 61%인 200만 대는 요소수가 필요하다. 정부가 요소 확보를 위해 특단의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