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공기관장 인사 논란 길어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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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경제부 산업팀장

박형준 부산시장의 첫 공공기관장 인사를 놓고 그냥 넘길 수 없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박 시장이 취임 후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기관장 인사를 미루면서 깐깐한 검증을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인선 결과가 공개된 후 박 시장을 포함한 ‘박 시장의 사람들’의 인사에 의구심과 우려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번 인사가 강행될 경우 조용히 넘어가기 어렵다는 조짐도 있다. 부산교통공사 사장에 지명된 한문희 후보자의 경우다. 부산시가 헤드헌터까지 동원해 내세운 한 후보자의 전문성이나 능력은 취임한다면 다시 따져볼 일이다. 하지만 부산지하철노조는 2일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내부 간부 직원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는 전언이다.

박형준 첫 기관장 인사 불안감 커져
노조에 강성 CEO 교통공사에 맞나
도시공사 사장은 스펙보단 책임감
인사 잘못 있다면 빨리 바로잡아야

한 후보자가 노사관계에 과도하게 강성 입장을 견지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이런 반발의 배경이다. 실제 한 후보자는 철도공사 재직시 민영화,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논란이 뒤따르는 인물이다. 당시 파업 직원들에게 ‘0원 급여명세서’를 보내는 기행도 벌였다고 한다.

부산교통공사는 임직원 4500여 명의 부산시 산하 가장 큰 조직이며, 안정적인 시민의 발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이다. 노사관계가 틀어지면 어느 곳보다 격렬한 갈등이 빚어진 적도 여러 차례다. 노조위원장 교체 시기인데도 노조를 비롯한 내부 직원들의 반발 강도가 점점 강해지는 상황에서 과연 한 후보자가 임명된다고 해도 교통공사 사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공공기관장 인선이 부산 발전에 헌신할 인재 기용이냐는 점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7개월 가까이 빈 자리로 남아 있던 부산도시공사 사장에 지명된 김용학 후보자의 이력 중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가 인천도시공사 사장으로 있으면서 인천공항공사 사장 공모에 응모한 일이다. ‘철새 CEO’라고 불러도 될 행보 아닌가. 태극기 집회 참석, 특정 정치인 지지 선언 전력, 공공기관 이력 활용 논란, 고령 등 여러 논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가 공적 지위에 적합한 책임감이 있느냐는 점은 원점에서 따져볼 일이다.

더구나 부산의 장기 현안들을 도맡는 부산도시공사의 경우 외부 인물을 기관장으로 임명해 실패한 일이 많았다. 민간 이력이 화려한 인물을 데려왔더니 공공성보다 수익 사업에 주력하거나, 부산 현안과 조직 내부 파악만 하다 임기를 마친 적도 있다. 더구나 이번엔 임원 4명이 모두 교체 요인이 생겨 자칫 내부를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 조직을 이끌 공산도 있다.

시의회 인사검증위원회 같은 별도 검증을 거치지 않고 임명된, 신임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은 임명 후 직원 인권을 침해한 행위를 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실이 터져나왔다. 박 시장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공공기관장은 박 시장의 시정 철학과 목표를 현장에서 구체화시키고 시정을 보좌할 핵심 야전사령관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경제 부문 기관장들은 산적한 부산 현안을 풀어내고 무너져가는 부산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책임감이 요구된다.

부산시가 능력과 자질만 보고 데려왔다는 외부 인사들에게서는 신선한 외부의 눈으로 부산 현안을 새롭게 보고 실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박 시장 본인을 비롯한 박형준의 사람들이 데려다 쓸 인재풀이 이렇게 빈약하냐는 불안감마저 들게 한다. 지난 선거에서 시민들은 서울에서 활약하고 정권 핵심 실세를 지낸 능력과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 등을 보고 박 시장을 뽑았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는 그런 능력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부산시의회 인사검증위원회에 참여한 한 시의원은 "검증 당시 후보자들에게 몇 가지 부산 현안에 대한 해법을 물었는데 제대로 된 답변들을 내놓기는커녕 현안도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스펙이 실제 후보자들의 능력이나 자질보다 과장된 것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이들 공공기관장 후보들이 저마다 화려한 스펙들을 자랑한다지만 이런 사실이 그들의 능력까지 담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사 문제는 잘못이 있다면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은 과거 수많은 인사 논란에서 익히 배운 바다. 더 늦는다면 1년 남짓의 짧은 임기 후반부 내내 박 시장 시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불씨가 될 수 있다.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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