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3일 진행됐다. 법원은 김 씨와 함께 대장동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심문도 진행했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간 30분여에 걸쳐 김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1시간여에 걸쳐 김 씨의 범죄 사실과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검찰은 김 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화천대유 측에 거액의 사업 수익이 돌아가도록 사업 공모지침서를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651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대장동 3인’ 영장 심사
김 씨 측, 혐의 사실 조목조목 반박
“유동규에게 거액 뇌물 줄 이유 없어”

김 씨가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 원의 뇌물을 주기로 약속한 뒤 회삿돈 5억 원을 빼돌려 뇌물로 주고,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등 지인을 직원으로 올려 4억 4000여만 원을 급여 명목으로 횡령한 혐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씨 등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서로 말 맞추기를 통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고, 혐의 사실에 대한 중형 선고가 예상돼 도주 우려도 있다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김 씨가 민간 사업자로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내놓은 방침과 공모지침에 따라 응했을 뿐, 공사에 손해를 가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유 전 본부장에게 거액을 뇌물로 주겠다고 약속할 이유도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씨 측은 검찰이 주장한 뇌물 5억 원 중 수표 4억 원이 남욱 변호사 사무실에서 발견된 만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인들에게 화천대유 월급을 준 건 실제 회사 업무에 참여한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 씨는 심문을 마친 뒤 천화동인 5호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그는 “정영학이 설계하고 쌓은 성을 정영학과 검찰이 공격하고 있는데 이걸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섰다”며 “그 부분이 굉장히 곤혹스럽고 적극 방어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날 오후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에 대한 심문도 진행했다. 남 변호사는 김 씨와 함께 공모해 화천대유에 많은 수익이 돌아가게 하고,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김한수 기자 han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