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여유 있다는 이재명 지원금에 제동 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일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 후보는 3일 처음 주재한 선대위 회의에서도 ‘적극 추진’ 의지를 보였으나 김부겸 국무총리는 “재정 여력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여당 대선 후보와 국무총리가 정면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 조기에 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총리 “주머니 뒤진다고 돈 나오나”
민주당 “진의 파악 우선… 방법 고민”
추가 지급 싸고 당정 갈등 고조 양상
현재-미래 권력 ‘조기 충돌’ 관측도
지난달 29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공식화한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도 “코로나로 직접적으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과 간접적으로 광범위 피해 입은 국민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며 당과 원내 지도부에 적극 추진을 요청했다.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한 정부와 당 일각의 재정 부담 우려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은 가계 부채 비율이 높고 국가부채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국가 부채비율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 손실보상과 관련해 최저한도 증액, 손실보상 제외자에 대한 새로운 대안 마련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재차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 총리는 “(이재명)후보께서 정치적 공약을 하신 건데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며 “지금 정부로서는 그런 방식보다는 250만 내지는 300만 정도 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어떻게 돕느냐 하는 게 제일 시급한 일”이라고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재정 당국의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재원이라는 게 뻔하다”며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말해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 후보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당은 김 총리의 발언에 대해 ‘진의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정부 측 대표 격인 총리가 여당 대선 후보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김 총리(발언)의 맥락을 모르고 이야기하기 곤란하다”며 “(재난지원금 추진)방법은 열어 놓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이 된 상황에서 일부 조정되더라도 정부가 어느 정도는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여당 후보가 요구하는데 정부가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정 간 협의를 통해 수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을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킬 경우 국채 발행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부정적인 정부가 강하게 제동을 걸 경우 양측이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