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소성로’ 1기에서 폐기물 소각전문시설 140기와 맞먹는 오염물질 배출”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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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환경기술연구소, ‘기후변화센터 토론회’서 연구결과 발표
방치폐기물 비대위, 정부에 조속한 제도 개선 요청

이민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시멘트 소성로와 소각장의 폐기물 처리에 따른 기후·환경영향 평가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제공 이민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시멘트 소성로와 소각장의 폐기물 처리에 따른 기후·환경영향 평가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제공

탈석탄을 위해 시멘트 제조에 쓰이는 유연탄을 폐기물로 모두 대체하겠다는 시멘트 업계의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멘트 소성로의 대기오염물질 측정 항목 상당 부분이 면제 혹은 완화돼 있는 현재의 기준을 폐기물 소각전문시설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시멘트 업계 자율기준에 맡긴 오염물질 관리 체계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하는게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폐기물 및 의료폐기물 소각·매립업계는 전문연구기관(열환경기술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3일 (재)기후변화센터와 국회 권영세 의원실, 안호영 의원실 주최로 열린 ‘시멘트 소성로와 소각장의 폐기물 처리에 따른 기후·환경영향 평가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독일 등에서는 미세먼지 원인인 질소산화물(NOx)과 탄화수소, 수은 등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국내 시멘트 소성로는 먼지와 염화수소, 질소산화물만 정부가 관리할뿐, 그 외의 모든 오염물질은 업계 자율기준에 맡기고 있어 선진 외국과 비교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이사장 이민석),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회장 강경진),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이사장 최영식)으로 구성된 ‘재활용 방치폐기물 고통분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 시멘트 업계가 줄곧 주장했던 “산업폐기물 처리 시 발생되는 오염물질이 시멘트 소성로에서 2000℃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보다 폐기물 소각전문시설에서 소각할 때 더 많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소각 후 발생되는 소각재의 최종 매립처리로 2차 오염까지 발생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열환경기술연구소(소장 박현서, 전주대 연구교수)가 최근 1년간 연구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시멘트 소성로와 폐기물 소각전문시설의 환경 위해성을 비교 분석하는 한편 양 업계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히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발표는 시멘트 업계의 민간 소각·매립업계를 향한 지속적인 비하 발언에 해당 업계가 작년 6월 반박 성명서 발표와 함께 정부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한 것에 대해 환경부가 양 시설의 환경 위해성을 비교 연구해볼 것을 제안함에 따라 이뤄졌다.

3일 발표회는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 김창섭 (재)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를 비롯해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민석 이사장, 환경부 대기관리과 차은철 과장, 중앙일보 강찬수 대기자, 공주대 김진만 교수, 강원대병원 김우진 환경보건센터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구 결과에 대한 분석과 토론이 이뤄졌다.


열환경기술연구소 연구보고서 표지 열환경기술연구소 연구보고서 표지

열환경기술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혼합과 소각전문시설 폐기물 소각의 환경위해성 비교 분석 및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를 보면, 유럽연합에서는 시멘트 소성로가 굴뚝을 통해서 대기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염화수소를 포함한 7종의 특별 관리대상 오염물질 배출농도 기준이 되는 배기가스의 산소농도기준을 10%로 설정하고 정부 통제하에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특히 시멘트 소성로에서 사용하는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폐합성고분자화합물 등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되는 벤젠 등의 발암성 물질인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 관리를 위해 불완전연소 물질인 탄화수소(TOC/THC)를 18.6ppm 이하로 규정·관리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 시멘트 소성로는 대기로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산소농도기준은 13%, 질소산화물의 배출허용기준도 270ppm을 적용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완전연소 물질인 탄화수소(TOC/THC)는 유럽연합 기준 18.6ppm 보다 대폭 완화된 60ppm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 기준 준수 여부도 자가 측정으로 관리되고 있는 등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국내 시멘트 소성로가 주로 사용하는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폐합성고분자화합물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오염물질 관리를 위해 60ppm이라는 탄화수소 배출허용기준을 마련했지만, 측정 결과가 공개되지 않을뿐더러 기준도 시멘트업체 자율로 관리되고 있어 사각지대에 방치된 기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유럽연합 시멘트 소성로의 산소농도기준 10%를 국내 시멘트 소성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적용해보니 270ppm에서 371.25ppm으로, 탄화수소도 60ppm에서 82.5ppm로 증가되었으며, 이를 유럽연합 시멘트 소성로의 배출허용기준과 비교해보니 기준을 대폭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국내 시멘트 소성로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은 유럽연합보다 대폭 완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아 이미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음에도 오염물질 배기가스 중 산소농도기준을 13%까지 완화시켜 적용해주고 있어 더욱 많은 양의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 열환경기술연구서 연구보고서. '재활용 방치 폐기물 고통분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자료: 열환경기술연구서 연구보고서. '재활용 방치 폐기물 고통분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오염물질 제거, 소성로는 3단계, 소각전문시설은 6단계로 걸러내

또한 시멘트 소성로와 폐기물 소각전문시설의 법적 기준 및 관리 실태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오염방지시설에서 소각전문시설은 SNCR(무촉매환원탈질시설), 반건식반응시설, 건식반응시설, 원심력집진시설, 집진기, SCR(촉매환원탈질시설), 세정탑, 백연방지시설 등 6단계의 방지시설 단계를 갖추고 오염물질 배출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나, 시멘트 소성로는 SNCR(무촉매환원탈질시설), 세정탑, 집진기 만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어 오염물질 방지체계에서도 소각전문시설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소각전문시설은 연소 효율을 관리하는 강열감량을 5~10% 이하로 부여하고 그 소각재를 관리형매립시설에 최종처리를 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으나,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사용하고 소각 후 발생된 소각재 전량을 시멘트 원료로 사용해 제품으로 유통시키는 시멘트 소성로는 폐기물의 적정 처리를 확인할 수 있는 강열감량 기준 자체가 없다.

‘강열감량’ 제도 부재는 시멘트 제품 생산에도 상당한 의문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일명 ‘미연탄소’로 불리는 완전 소각되지 않는 탄소 118만t(톤)이 시멘트 제품에 혼합되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석탄이나 폐기물에 함유된 탄소가 완전연소되지 않고 시멘트와 혼합되는 것은 에너지 손실 뿐만 아니라 시멘트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멘트 업계가 하수슬러지를 시멘트 대체원료로 사용한 클링커를 시료로 중금속 용출을 실험한 결과, 수은이 지정폐기물 용출기준 0.005mg/L(리터)를 2.8배나 초과한 0.014mg/L로 나타났다.

■철근 콘크리트 부식 원인 염소기준 일본 0.1%…국내는 일본보다 20배 높은 2% 적용

폐플라스틱의 경우도 시멘트 대체연료로 사용할 경우 염소성분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 큰 문제는 일본 태평양시멘트사의 경우 염소기준이 0.1%이나 국내는 그 20배에 달하는 2%를 기준으로 부여받고 있음에도 법적기준 준수 여부를 자율적으로 관리토록 함으로써 사각지대에 있는 국내 시멘트 업계는 자그마치 일본 시멘트사 반입 기준의 200배를 초과하는 염소가 함유된 폐기물을 반입받고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조사에서 밝혀졌다.

특히, 국내는 시멘트 제품에 함유되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6가크롬 기준을 20mg/kg 이내로 부여하고 있으나 이 또한 자율관리 기준일 뿐이다. 국내보다 10배 낮은 기준인 2mg/kg을 적용하는 유럽연합은 엄격한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해 국민의 환경안전 보호권을 우선하고 있는데 비해 그동안 국내 시멘트 업계는 폐기물을 시멘트 대체원료로 전량 사용하는 제조공정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현재까지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자료: 열환경기술연구서 연구보고서. '재활용 방치 폐기물 고통분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자료: 열환경기술연구서 연구보고서. '재활용 방치 폐기물 고통분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자동측정관리대상 오염물질에 ‘일산화탄소’ 제외…배출기준도 없어

이에 더해 정부에서 공식 관리하고 있는 굴뚝자동측정시스템(TMS) 적용 관리대상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도 소각전문시설은 5개 항목, 시멘트 소성로는 3개 항목을 적용받고 있다.

무엇보다 일산화탄소(CO)의 경우는 배출 기준도 없으며, 염화수소(HCl)는 폐합성수지를 사용하는 시멘트 소성로만 관리하도록 되어있다보니 일부 업체는 TMS 관리항목이 단 2개 항목 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평균적으로는 시멘트 소성로 1기에서 소각전문시설 140기와 맞먹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폐기물 불완전연소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 지표를 측정할 수 있도록 탄화수소(TOC/THC)를 법정 관리항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현행 법적 규제치를 유럽 수준인 18.6ppm 이하로 적용해야 함에도 국내 시멘트 소성로의 탄화수소(TOC/THC) 측정 기준은 선진 외국보다 대폭 완화된 60ppm으로 부여하고 있으며, 그것도 정부관리가 아닌 2주 간격으로 자가 측정관리에 맡겨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 열환경기술연구서 연구보고서. '재활용 방치 폐기물 고통분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자료: 열환경기술연구서 연구보고서. '재활용 방치 폐기물 고통분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 폐질환 유병률 급증…“법에는 80ppm, 실제로는 15년전 기준 270ppm 적용”

보고서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여 년간 시멘트 공장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영향 조사 차원에서 실시된 6번의 역학조사를 모두 분석해본 결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꾸준히 증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2020년에 발표한 역학조사 결과에서는 수검자 504명 중 65%가 넘는 329명에게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나타나는 등 시멘트 소성로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문제가 심각한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질환 발생 급증의 원인으로 시멘트 소성로의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차등적용을 들었다. 일례로 전체 시멘트 9개 업체가 보유한 소성로 43개 모두는 2007년 이전에 설치된 시설이기 때문에 2019년에 강화된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 80ppm이 아닌 15년전 기준인 270ppm으로 적용받고 있다.

■“12년 전 시멘트 업계 자율에 맡긴 폐기물 사용·관리기준 전면 폐기해야”

아이러니컬한 점은 환경부가 지속적으로 시멘트 소성로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강화시키고는 있지만,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인 80ppm의 적용은 2015년 1월 1일 이후 설치된 신설 시설로만 국한하고 있어 실제로 이 기준을 적용 받는 소성로는 국내에 단 1곳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1998년 350ppm에서 2010년 250ppm으로 강화했고, 2015년에는 100ppm으로, 2019년에는 다시 80ppm으로 지속 강화시켰었으나 실제 이 기준을 적용받는 시설이 한 곳도 없어 유명무실한 기준으로 전락되었다는 지적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A 시멘트사의 경우 1000억 원의 시설 투자를 통해 환경사업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나, ‘확대 생산시설은 신설이 아닌 기존시설(2007년 이전 설치)의 증축으로 인정받는’다는 법망을 교묘히 이용해 질소산화물 270ppm 기준을 여전히 적용받고 있다. B사 또한 환경사업에 700억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모두 기존시설 증축으로 270ppm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고 있는 실정이다.

비대위는 12년 전에 시멘트 업계 자율에 맡겨서 만들어진 ‘시멘트 소성로 폐기물 사용·관리 기준’을 환경부가 전면 폐기하고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기준에 따라 새롭게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대위는 이번 보고서를 환경부를 비롯한 국회 및 관계 부처에 제출하고 근본적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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