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용 요소수 현황 파악 완료…이르면 내주 차량용 전환
"제철소·발전소별로 약간 여유"…환경부서 기술 검토 진행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행위 금지…정부 합동단속반 가동
중국발(發) 요소(尿素)수 품귀 현상으로 '물류대란'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차량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산업용 요소수에 대한 현황 파악을 완료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정부는 환경부 기술 검토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내주부터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행위에 대한 긴급 차단 조치에도 나선다.
4일 복수의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철강, 화력발전, 시멘트업계 등 요소수를 사용하는 주요 업계의 요소수 재고 파악을 끝냈다.
이들 관계자는 재고 규모와 관련, "재고가 많지는 않고 제철소나 발전소별로 약간 (여유가) 있는 정도"라며 "산업용은 워낙 용도가 다양해서 어느 정도 물량은 있는데 모두 차량용으로 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샘플링 채취를 해서 기술적 검토와 시험 과정을 밟고 있는데 그 결과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중 나오는 것으로 안다"면서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현황 파악을 끝낸 상태"라고 밝혔다.
요소수는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경유차량 외 제철소나 발전소, 소각장, 석유화학이나 시멘트 공장의 일부 공정에 사용되는데,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 약 200만대의 운행이 '전면 스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제공 시 산업 분야의 대기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도 환경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업체들 역시 정부의 대기오염기준에 맞춰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요소수를 사용 중이기 때문에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경우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기준이 100이라고 한다면 사업장에서는 60 수준에 맞춰 배출량 조절을 하고 있는데, 요소수 사용을 못 하면 당연히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100을 넘어갈 경우 환경부가 과징금 등의 처벌 규제를 유예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4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물가안정법에 근거한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다음주 중 제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최근의 요소수 수급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할 목적으로 요소수를 매점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환경부와 지방환경청에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환경부·공정위·국세청·관세청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합동 단속반을 가동해 매점매석 행위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국과 협의를 통한 수출 재개,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 수입 대체와 통관 지원 등 요소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이 석탄 가격 상승, 전력난 등을 이유로 15일부터 요소 수출 전 상품 검사 실시를 의무화하면서 중국산 요소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편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차량용 전환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공정에 요소수를 사용한다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장에 사용하니 재고를 확보해두기는 하지만 필수 원자재는 아니어서 쌓아둘 정도로 많지는 않다"며 "차량용으로 일부 내준다고 해도 당장 영향은 없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 아니냐. 우리라고 다른 데서 들여오는 게 아니고 결국은 중국에서 사다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