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략 ‘꽝’… ‘경부선 지하화’ 이대로 묻히나
부산의 ‘동서단절 100년’을 해결할 사업으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경부선 철도 지하화에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당초 부산시와 여권은 경부선 지하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예산 확보 과정 등에서 연달아 ‘높은 벽’에 부딪혀 '전략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시 신청 기본계획 용역비
사타 요건 충족 안 돼 불발 우려
올 초 뉴딜 사업 선정에도 실패
‘부산 대개조’ 추진 동력 잃을 판
與·박 시장 안일한 대응 ‘도마에’
<부산일보>가 8일 확보한 부산시의 ‘2022년 최대 국비확보를 위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질의서’에 따르면 부산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경부선 철도시설 효율화 사업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비 30억 원 신규 반영을 요청했다. 올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경부선 지하화 사업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비 확보 가능성엔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올해 8월 완료된 시 자체 경부선 지하화 사업타당성 용역 결과 예상보다 낮은 수치가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 핵심 관계자는 ‘앞선 용역에서 사업성이 낮게 나와 추가 용역을 실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번에 용역비가 확보된다면 사업성을 맞출 민자유치 방안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이 연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사업타당성 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사업성을 지표로 나타낸 B/C(비용 대비 편익)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국가재정법상 B/C값이 낮더라도 AHP(정책·지역균형발전 종합평가)가 높으면 예타 등의 절차를 통과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매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온 여의도 정가에선 경부선 지하화 사업의 기본계획 용역비 확보 가능성에 의문을 표한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이후 진행되는 절차가 기본계획인데 앞선 절차가 생략된 데다 시 자체 용역 결과마저 숨기는 상황에 기획재정부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여기다 올해 초 시는 정부에 경부선 지하화 사업을 뉴딜사업으로 신청했으나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도 이날 추가로 확인됐다. 시가 올 초 정부에 제출 목적으로 작성한 ‘부산형 뉴딜 과제 관리카드’에는 1조 550억 원 규모의 ‘경부선 철도시설 효율화’ 사업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올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2021년 도시재생 뉴딜 신규 사업’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이처럼 부산 지도를 대개조할 사업으로 꼽히는 경부선 지하화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지역에서는 숙원 사업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도 예산안에 경부선 지하화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2023년에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시는 물론이고 선거 핵심 공약으로 약속했던 여권도 안일하게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21대 총선과 지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은 추후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경부선 지하화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이 민주당의 주요 공약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