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20개 화장품 절반 발암물질 과불화화합물 검출”
환경운동련, 조사 결과 발표
국내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20개를 골라 성분 분석을 했더니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과불화 화합물(PFAS)’이 검출됐다는 환경·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PFAS는 프라이팬 코팅제나 자동차 표면처리제 등에 쓰이는 물질로, 체내에 축적되면 암을 초래하거나 간을 손상시킬 수 있는 만큼 얼마 이상으로 함유돼선 안되는지를 규제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환경·시민단체 측은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9일 오전 11시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 홀에서 ‘국내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분석 및 실태 조사 발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20개를 대상으로 성분을 분석한 결과, 그 절반인 10개의 제품에서 유해물질인 ‘과불화 화합물(PFAS)’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입술에 직접 닿는 립 메이크업 제품의 경우 모든 제품에서, 자외선 차단제는 80%, 메이크업 베이스 제품 50%, 파우더·팩트는 40%의 PFAS가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환경운동연합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https://youtu.be/Z_3VlovJK3c)로 진행됐다.
환경운동연합은 "20개 제품 모두 국내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제품으로 그중 3분의 1이 해외에서 제조되고 있다"며 "국내 판매량과 소비자 리뷰 등을 고려해 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종류별로 보면, 립메이크업 제품은 3개 제품 모두에서 PFAS가 검출됐고 자외선 차단제는 5개 제품 중 4개에서 발견됐다. 파우더·팩트 제품은 5개 중 2개,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에서는 2개 중 1개가 검출됐다.
PFAS 검출농도는 1g(그램)당 4.02ng(나노그램·10억분의 1g)에서 105.50ng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은 “20개 제품 중 10개(50%)에서 1종 이상의 PFAS가 1g당 4.02~105.5ng 수준 검출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검출량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속 PFAS에 대해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직 위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PFAS는 물과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고 열에 강한 특징이 있는 약 4700여 종의 화학물질군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프라이팬과 일회용 종이컵의 방수코팅제, 가죽과 자동차의 표면처리제, 즉석식품 포장재 등 다양한 용도의 산업용 및 소비자 제품에 사용된다.
특히, PFAS는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성질이 있어 워터프루프 기능의 메이크업 화장품 뿐만 아니라, 계면활성제 용도로 피부 흡수율과 투과성을 높이는 기능으로 로션과 크림 등 기초 화장품에도 사용된다.
PFAS는 안정적인 화학 구조로 환경 및 생체 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오랫동안 축적될 수 있는 난분해성 화합물이다. 이 때문에 지속해서 체내에 축적될 경우 발암 가능성과 간 손상, 호르몬 교란 등 면역계 질환 뿐만 아니라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PFAS를 그룹2B 발암물질(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며, 미국 환경청(EPA)도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에 대한 증거 있는(suggestive) 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REACH(화학물질등록평가제도)에 따라 물질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 환경보호청도 독성물질관리법(TSCA)을 통해 PFAS를 규제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화장품 내 PFAS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바가 없다. 이번 조사는 국내 최초로 민간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시중에 판매 중인 화장품 내 PFAS 함유 여부와 그 정도를 과학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
연구를 수행한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분석팀장은 "이번에 검출된 PFAS 농도가 비록 미량일지라도 피부에 직접 흡수되고 하루에 여러 화장품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조사를 주관한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엄격한 규제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국내 화장품 기업에도 PFAS가 없는 제품 생산을 요구할 계획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